2022.11.02 Patrick La Roque

X-T5 x Patrick La Roque

Patrick La Roque

저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주로 활동하는 프리랜서 사진가인 Patrick La Roque입니다. 인물, 장소, 거리, 제품 사진을 찍습니다. 피사체가 무엇이든 어떤 서사를 밝히는 것이 촬영의 목적입니다. 
KAGE COLLECTIVE의 창립 멤버로서, 국적을 가리지 않고 인디 사진가들이 모여 비주얼 에세이와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단체에 참가하고 있으며 인물사진과 광고 사진 작품을 전문으로 하는 스튜디오도 운영합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저는 그저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한 사람일 뿐입니다.

New Foundation

X-T1을 처음 손에 넣었을 때가 기억납니다. 첫인상이요? 원래 갖고 있던 X-Pro1과 비교하면 이건 정말 작구나 싶었습니다. 폼팩터도, 처음에는 의외였습니다. 왜 갑자기 SLR 디자인으로 돌아간 거지? 처음에는 후지필름 카메라라면 당연히, 수많은 사진가를 위해 이 라인의 부흥을 재촉하던 레인지 파인더 기풍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다른 것도 아니고 동영상 녹화 전용 버튼이 생긴 데다, 셔터에 이렇게까지 가깝게 붙여놓은 이유는 뭐지? 제게 이건 거의 이단에 가까운 일이었거든요. “나는 사진작가지 영상 제작자가 아니”라는 고집이 있어서요.

하지만 그러다 이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들여다봤습니다. EVF는 더 이상 신문물이 아니지만, 폭이 넉넉하고 밝게 펼쳐진 드넓은 캔버스와 같은 이 뷰파인더는 기술력 면에서 전 세대를 한참 뛰어넘었습니다. 다가올 미래를 알리는 뚜렷한 신호랄까요. 알고 보니 X 시리즈는 제가 원래 생각한 것을 훨씬 능가하고도 남았습니다.

X-T5 & XF18mmF1.4 R LM WR

X-T5 & XF33mmF1.4 R LM WR

X-T5 & XF35mmF2 R WR

돌아보면 X-T1은 마치 공들인 대가가 있는 실험 같습니다. 다양한 유형의 사진가를 염두에 두고, 뚜렷한 개성과 강점을 가진 카메라로 확장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기본 토대를 깔아준 것입니다. 아까 말한 그 영상 버튼도 선견지명이 있는 선택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X-T 카메라는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사양과 한계를 거듭해서 밀어붙이며 강력한 하이브리드 만능 일꾼 장비 라인으로 변신했습니다.

다만, 지난 몇 년 동안 스틸 사진과 동영상이 사실상 하나로 합쳐진 것은 맞지만, 영상 촬영은 아직도 궁극적으로는 영상만의 전용 기능과 도구가 꼭 필요한 기술입니다. 후지필름에서는 최근 X-H2S를 출시하면서 바로 그런 종류의, 양보 없이 완벽한 하이브리드 촬영 장비를 선보였습니다.

이제 X-T5는 타고난 본질을 되찾게 되었고요.

X-T5 & XF18mmF1.4 R LM WR

X-T5 & XF18mmF1.4 R LM WR

X-T5는 그립이 더 깊고 편안하지만, 전 세대보다 약간 작고 간결합니다. 솔직히 예전에 애용하던 X-T1이 생각나더군요(그저 기억하기에 그렇다는 것일 뿐입니다. 지금은 조카 것이라 제 손에는 없거든요). 흥미로운 점은 이런 기능을 전 세대 기능과 특징을 모두 그대로 간직한 채 추가로 제공한다는 점, 거기에 완전히 새로운 4020만 화소 센서까지 더해졌다는 사실입니다. 여러분, 이건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X-T5 & XF35mmF2 R WR

X-T5 & XF35mmF2 R WR

저는 새로 나온 XF 렌즈를 장착해 이 카메라를 테스트해볼 기회를 얻었는데, 새 렌즈는 이 더 커진 새 센서에 맞춰 최적화된 제품이라고 들었습니다. 결과물을 보니 확실히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었습니다. 렌즈 자체가 엄청나게 선명할 뿐만 아니라, X-T5의 신형 프로세서에 내장된 리니어 모터와 함께 사용하자 극히 빠르고 원활한 무음 오토포커스 기능이 돋보였습니다. 순전히 성능과 반응 시간만 보면 비할 데 없이 최고입니다. 다만 저는 옛날 사람이라, 오리지널 렌즈에 대한 애정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XF35mmF1.4가 불변의 마법을 그대로 간직한다는 사실을 알리게 되어 기쁜 마음입니다.

X-T5 & XF35mmF1.4 R

X-T5 & XF35mmF1.4 R

제 개인적인 사진은 대부분 반응적인데, 이 말은 통상 사용하는 것과는 의미가 조금 다릅니다. 카메라 자체가 트리거일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 카메라는 일종의 주의를 끄는 기계입니다. 보자마자 특정한 마음가짐을 갖게 하는 장치로, 차분하지만 집중력이 필요한 경계 상태에 가까운 정신적인 자세를 유도하는 셈입니다. 저와 카메라는 거의 공생에 가까운 관계가 됩니다. 이런 상태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면 저는 갑자기 주변의 모든 존재를 인식하고, 전과는 다른 시선을 갖게 됩니다. 말하자면 저는 뭔가 촬영할 가치가 있는 것을 발견해서 카메라를 잡는 일은 거의 드물고, 대신 카메라를 잡는 순간 찍을 것이 눈에 들어오는 편입니다. 본말이 전도됐죠, 저도 잘 압니다. 궁극적으로 이건 일종의 명상과도 같습니다.

다만 고객이 의뢰한 작업은 당연히, 이야기가 다릅니다. 의뢰받은 작업도 이런 방식을 취하면 유익하기는 하지만, 보통 적절한 결과를 보장하기 위해 어느 정도 준비를 해야 합니다. 비법은 통제, 계획과 무작위성의 적절한 균형을 찾는 데 있습니다.

X-T5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런 종류의 작업을 재현해보기로 했습니다. 통제된 시트를 시뮬레이션해서, 카메라가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 확인하고자 한 것입니다. 진입로에 무선 스트로브 두 개를 설치하고, 어느 날 저녁 아들의 도움을 빌려 장비를 연결했습니다. 우선 삼각대에서 시작했습니다. 조리개를 작게 하고 ISO를 낮게 설정해 기본 쇼트를 찍되, 그러면서도 자동차 대시보드의 주변 조명은 그대로 유지하고자 했습니다. 이런 장면을 촬영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이미지를 두 장 별도로 촬영해 후반 작업 때 조합하는 것이 하나입니다. 쉽죠. 하지만 이번에는 원테이크 방식을 택했습니다.

  1.  LCD를 기울인 다음 카메라를 Preview Manual Exposure로 설정했습니다(이렇게 하면 스크린에 최종 이미지의 실제 미리 보기가 표시됨).
  2. ISO와 조리개를 원하는 값으로 설정했습니다(ISO 640, F7.1). 이 시점에 LCD가 까맣게 꺼졌습니다(문제없이 정상임).
  3. 그런 다음 셔터 스피드를 내려 적절한 노출 값을 찾았습니다. 플래시를 조명으로 더할 계획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서요. 결국 셔터 스피드는 꽤 느린 편인 1/4초로 설정되었습니다(그래서 삼각대가 필요함).
  4. 여기에 제 취향에 맞춰 플래시를 더했습니다. 몇 번 테스트 촬영을 해보고, 여기저기 조금 조정한 다음 본격적으로 촬영에 돌입했습니다.

X-T5 & XF18mmF1.4 R LM WR

이 작업을 마친 뒤에는 “막대를 치우고” 좀 더 자유로운 방식으로 바꿀 차례였습니다. 조명을 제자리에 설치하고 스트로브를 TTL로 설정한 상태에서, 조리개를 더 열고 ISO와 셔터 스피드를 딱 적당한 수준으로 높였습니다. IBIS/OIS도 도로 켰습니다. 목표는 은근한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되, 이 시점부터 핸드헬드로 작업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셋업이 좋은 점은 결국은 이 프로세스의 기술적인 부분을 거의 잊어버리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조명을 설치하자 이 세트도 여느 촬영지와 똑같은 공간이 되었습니다. 이리저리 움직이고, 카메라 설정을 조정하고, 피사체에 다가갔다 물러섰다 하며 이미지를 찾는 공간입니다. 조명은 사실상 고정되어 있고, 그에 대한 상대적인 작가의 위치가 피사체의 모습을 바꿔놓게 됩니다. 인공적인 프레임워크 안에서 촬영하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이제 이 인공적인 부분을 진짜로 만드는 것입니다. 갑자기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환상을 유지하면서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장비가 제 뜻에 따라줘야 합니다. 성능을 발휘해야 하죠.

X-T5는 한순간도 리듬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X-T5 & XF18mmF1.4 R LM WR

X-T5 & XF18mmF1.4 R LM WR

X-T5 & XF18mmF1.4 R LM WR

X-T5 & XF18mmF1.4 R LM WR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이 카메라의 진짜 능력에는 닿지도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새 센서의 뉘앙스란 원래 시간이 지날수록, 도구가 진화하면서 유저가 센서의 가능성을 파악하면 차차 뚜렷하고 명백해지는 편입니다. 여기서 해상도는 극히 미미한 일부분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센서란 새로운 “필름” 같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필름이 센서보다 훨씬 더 흥미롭죠.

하지만 제가 확실히 아는 사실 하나는, X-T5는 다시 사진이 최우선인 도구로 돌아가도 된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더없이 만족스러운 사실이고요.

새로운 시작이죠. 기본 토대가 새로 생겼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