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03

X-E4: Mustafa Hacalaki x Carry Less. Create More!

우리는 경험을 통해 완성됩니다. 기억, 관찰한 것, 삶 속에서 만나는 작은 조각 하나하나가 모두 우리를 구성하는 요소죠.

어린 시절의 기억은 이제 멀게만 느껴집니다. 누나와 할아버지, 할머니와 매년 여름을 보낸 오두막집이 아련히 생각나네요. 커다란 뽕나무가 있어서 그 그늘에 만화책을 읽곤 했습니다. 에게해의 청록색 파도, 발밑에서 느껴지던 모래의 온기도 기억납니다. 그리고… 물론, 낡은 필름 카메라로 끊임없이 저희 남매의 사진을 찍어주시던 할아버지도 기억나요.

저 스스로 종종 자문하곤 합니다. 어쩌면 제가 사진에 관심을 가진 건 그때부터가 아니었을까, 하고요.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이 낡은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몇 장 남아 있다는 것마저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FUJIFILM X-E4 & XF23mmF2 R WR

저는 늘 제가 사진처럼 정확한 기억력의 소유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글자로 읽어서 접한 것보다 눈으로 본 이미지가 머릿속에 오래 남거든요. 한 번 가본 곳은 쉽게 찾아가고, 아주 오래전에 만난 사람의 얼굴도 금세 알아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의 기억이란 바래게 마련입니다.

영감이란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저도 잘 압니다. 단순한 사물도 예외가 아닙니다. 저는 삶 속의 순간을 포착하는 데 집착하는 편인데요. 어떤 결정적인 순간뿐만 아니라 제가 살면서 지나치는 흔한 순간도 담아내고자 합니다. 저는 이런 단순한 순간들이 언젠가는 제 과거를 이루는 귀중한 기념품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하지만 피사체가 무엇이든, 영화에 대한 애정이 크기 때문에 약간 영화 필름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FUJIFILM X-E4 & XF23mmF2 R WR

그래픽 아티스트로서 저는 항상 기록의 도구를 지니고 다니며 제 삶을 기록해야 합니다. 작고 눈에 잘 띄지 않지만, 힘 좋은 카메라 말이죠. 후지필름 X 시리즈는 지난 몇 년간 제게 바로 그런 창작의 도구가 되어주었습니다. 사실 그저 하나의 도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순간을 포착하고 더 많은 창작욕을 불태우게 영감을 자극하는 동반자에 가까운 역할을 했답니다.

FUJIFILM X-E4 & XF27mmF2.8 - Classic Neg. - SOOC

제가후지필름 카메라를 처음 접한 것은 2015년의 일입니다 처음 접한 기종은 X-E2였고요. 크기가 작은 27mm F2.8 렌즈를 장착해서 사용했습니다. 늘 곁에 두고 저의 일상생활을 시각적으로 메모하면서 정말 즐겁게 애용한 카메라죠. 사진을 컴퓨터에 처음 옮겼을 때가 기억납니다. 이 카메라에 이 작은 렌즈를 장착하고 찍은 사진의 화질이 정말… 놀라웠어요!

FUJIFILM X-E4 & XF27mmF2.8 - Classic Neg. - SOOC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저는 후지필름 X-Pro2 바디와 후지필름  렌즈 몇 개를 소장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이 근사한 X100V도 있고요.  X100V는 나오자마자 저의 가장 충실한 동반자로 등극했습니다. 센서 성능이 뛰어나 조도가 낮을 때 촬영하기도 좋고, 바디 내후성이 우수해 몬트리올의 추운 겨울밤에도 밖에 나가 사진을 촬영할 용기를 북돋아 주죠. 어딜 가든 곁에 지니고 다니기 참 좋은 카메라입니다. 

FUJIFILM X-E4 & XF23mmF2 R WR

오늘은 X-E 라인 중 최신 버전이 제 손에 들어왔습니다. 무척 기대가 큰데요. X100V와도 정말 좋은 경험을 많이 했지만, 때로는 작은 교환형 렌즈 바디의 유연한 사용감이 그립기도 합니다. 그런데 마침 이 시점에 후지필름 X-E4가 딱 그런 유연성을 제공하는군요. 몇 년에 걸쳐 점점 더 우아하고 미니멀해진 디자인이 돋보입니다.

FUJIFILM X-E4 & XF23mmF2 R WR

X-E4는 첫눈에 X100V 의 디자인을 물려받은 특징을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센서도 같은 종류이고, 새로운 디자인으로 적용된 틸팅 화면은 매우 실용적입니다.  조심스럽게 거리 사진을 포착하고자 할 때 더 재빠르게 순간을 담아낼 수 있게 해주죠. 후지필름 X100V에서와 마찬가지로, 틸팅 화면은 바디에 세심하게 쏙 들어갑니다. 아주 세련된 디자인입니다. 후지필름의 최신 시뮬레이션 Classic Negative는 제가 X100V에서 특히 애용하고 마음에 들어 하는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인데, 이제 X-E4에서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FUJIFILM X-E4 & XF27mmF2.8

X-E4는 구조가 아주 탄탄합니다. 상단과 하단 플레이트는 X100V와 마찬가지로 알루미늄 소재인데요. 바디를 손에 잡아보면 더 작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XF23mmF2.0 렌즈를 장착하고도 비교적 가볍고요.  후지필름에서는 이 모델에 특별히 고안한 핸드 그립과 엄지그립 키트도 준비했습니다. 엄지그립은 사진작가가 카메라 바디 뒷부분을 더 단단히 잡을 수 있게 해주어 카메라 흔들림을 줄여주는데, 특히 셔터 스피드가 느릴 때 유용합니다.

FUJIFILM X-E4 & XF27mmF2.8 - Classic Neg. - SOOC

렌즈 선택 면에서 한 마디 얹자면, 저는 개인적으로 항상 단렌즈를 애용하는 편입니다. 밤에 산책하러 나갈 때면 보통 23mm F2.0과 35mm F2.0 렌즈를 씁니다. 조도가 낮아도 고속 오토포커스 기능이 뛰어나거든요. 장비를 최소한으로 가볍게 하려고 할 때면 27mm 팬케이크 렌즈를 씁니다. 카메라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구성이죠.

FUJIFILM X-E4 & XF23mmF2 R WR

저는 늘 카메라란 그저 순간을 포착하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도구와 가가 깊이 유대하는 순간, 무언가 더 깊은 의미를 가진 존재가 됩니다. 제3의 눈이나, 동반자 같은 역할이 되죠. 후지필름은 사진가의 의견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고 이해하기 때문에 이렇게 훌륭한 도구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FUJIFILM X-E4 & XF23mmF2 R WR

저는 후지필름 미러리스 시스템을 처음 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함께한 여정의 모든 순간을 만족스럽게 즐겨 왔습니다. 저의 사진 실력을 발전시키는 데도 이 시스템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저의 사진에서는 무엇을 추구해야 할지 전보다 잘 알게 되었고, 후지필름은 제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해줍니다.

이제는 삶을 자유롭게 기록하기 위해, 이 이상의 장비를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FUJIFILM X-E4 & XF56mmF1.2 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