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30 Patrick La Roque

GF30mmF3.5 "REVEAL" with Patrick La Roque

Patrick La Roque

저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주로 활동하는 프리랜서 사진가인 Patrick La Roque입니다. 인물, 장소, 거리, 제품 사진을 찍습니다. 피사체가 무엇이든 어떤 서사를 밝히는 것이 촬영의 목적입니다. 
KAGE COLLECTIVE의 창립 멤버로서, 국적을 가리지 않고 인디 사진가들이 모여 비주얼 에세이와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단체에 참가하고 있으며 인물사진과 광고 사진 작품을 전문으로 하는 스튜디오도 운영합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저는 그저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한 사람일 뿐입니다.

저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주로 활동하는 프리랜서 사진가인 Patrick La Roque입니다. 인물, 장소, 거리, 제품 사진을 찍습니다. 피사체가 무엇이든 어떤 서사를 밝히는 것이 촬영의 목적입니다. 
KAGE COLLECTIVE의 창립 멤버로서, 국적을 가리지 않고 인디 사진가들이 모여 비주얼 에세이와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단체에 참가하고 있으며 인물사진과 광고 사진 작품을 전문으로 하는 스튜디오도 운영합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저는 그저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한 사람일 뿐입니다.
 
초점길이에 관한 한 누구나 자기 나름대로 익숙한 영역이 있습니다. 사진가마다 본능적으로 와이드 앵글 렌즈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표준” 화각을 더 편안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는 등 각기 작업 스타일이 다릅니다. 저는 후자에 속합니다. 반사적으로 가장 먼저 손이 가는 렌즈가 35mm 아니면 50mm급인 편이죠. 와이드 렌즈를 쓸 때도 있지만 대개 상업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고, 사실 조건만 적절히 갖추어지면 울트라와이드 앵글이 주는 무의식적으로 영향력이 엄청난, 강렬한 메시지만 한 것은 없습니다.
따라서 상황이 이렇지만 않았더라도, 저는 아마 GF30mmF3.5 R WR을 받아든 순간 시내로 향했을 겁니다. 제 GFX 50S에서는 24mm 렌즈와 동급으로 쓸 수 있을 테니, 제가 평소에 익숙한 것보다는 넓은 관점의 이미지가 나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내 한복판에서, 하늘을 찌를 듯 높은 건물 사이에서 번화한 거리를 누비며 정신없이 바삐 움직이는 군중에 섞여 촬영한다면 그런 면을 제게 유리하게 활용했겠죠.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공교롭게도, 봉쇄령이 한창이던 시기와 촬영 기간이 완전히 겹쳤습니다.

기회

사진가란 적응력이 뛰어난 존재입니다. 그래야 하니까요. 촬영 현장에서 아주 사소하고 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완벽하게 통제하고 싶은 것이 모든 사진가의 바람이지만,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런 부분이 이 직업 특유의 짜릿한 긴장감을 유발하는 특징이기도 하죠.
저는 새 렌즈를 받아보았을 때, 이미 이번에는 약간 직관에 어긋나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예감했습니다. 극히 좁은 공간에서, 너무 친숙한 환경에 둘러싸인 데다 설상가상으로 전 과정을 혼자 해내야 한다는 부담까지 더해졌죠. 하지만 저는 이 일을 하나의 기회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했습니다. 저 혼자 촬영한다는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할 기회이기도 하지만, 제가 평소에 애용하는 “단골” 매개변수를 벗어나 한계에 밀어붙일 기회이기도 한 것입니다.
제가 GF30mmF3.5 R WR로 처음 촬영한 이미지는 좋게 말해야 일화적인 사진이지만, 점점 이 렌즈로 어디까지 가능한지 금세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곧바로 눈에 띈 것은 강한 개성이었습니다. 또한 영화 같은 시야를 가진 특징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옛날 존 포드식 웨스턴 영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분위기 말입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에서는 내내 65:24 이미지 비율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GFX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비율 중 가로가 가장 넓은 옵션입니다. CinemaScope로 광활한 사막을 촬영할 수는 없어도, 최소한 그런 분위기를 낼 수는 있습니다.

이런 카메라 시스템이 가진 여러 가지 장점 중에서도(일반적인 DSLR과 비교했을 때)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장점은 결과물을 EVF나 LCD로 미리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점은 가로세로 비율을 65:24로 찍으면 남달리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크롭한 이미지를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순간을 포착하면서, 실시간으로 이미지를 볼 수 있었다는 말입니다. 원래는 raw+SuperFine으로 촬영하면 후반 작업 때 (미가공 파일을 사용해) 필요한 경우 크롭을 바꿔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소한 부분만 조정했을 뿐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습니다. 이미지가 이미 카메라 내에서 적절한 구성으로 완성되었기 때문입니다.

두 가지 관점 

 
저는 이 프로젝트를 두 부분으로 나누어 진행했습니다. 하나는 실험이고 다른 하나는 인물사진이었죠. 실험 부문의 경우 렌즈에 익숙해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진행했습니다. 먼저 플래시를 써서 촬영한 다음 자연광에서도 촬영해보았습니다. 주로 집 주변의 일상적인 물건들을 피사체로 사용했습니다. 또한 GF 렌즈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매크로 익스텐션 튜브 두 가지(MCEX-45G WR 및 MCEX-18G WR)도 써보았습니다. 렌즈의 기능을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거든요. 일종의 본 공연에 앞선 전주곡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제 블로그를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저는 저희 가족의 일상생활을 아주 꼼꼼히, 넓은 범위로 기록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라면서 전보다 훨씬 자제하게 되었습니다. 십 대 아이들이란 아빠의 끝없는 서사 속에 담기는 걸 별로 달가워하지 않거든요. 당연한 일이죠. 아이들에게도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니까요. 그렇기는 하지만, 사실 저는 저희 다섯 식구의 정식 인물사진을 좀 더 많이 찍어두고 싶었습니다. 물론 정식이라는 것이 주변 환경을 통제한 촬영 세션이라는 말이지, 스타일 면에서의 딱딱한 인물사진을 가리키는 말은 아닙니다. 즉 각각의 인물을 한 사람씩 따로 표현할 수 있는 어떤 작업을 통해 가족을 담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일을 팬데믹 시국에 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어떻게 보면 이 모든 상황이 이미지를 위한 숨은 의미(subtext)를 제공한 것 같습니다. 격리되어 있다는 것은 결국 혼자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운이 좋아 사랑하는 이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해도, 궁극적으로는 혼자 견뎌야 할 시련입니다.

저는 다양한 예비 스케치를 통해 온갖 종류의 인물사진을 상상해보았습니다. 조명도 이미 머릿속에서 구상을 마쳐서 촬영을 가능한 한 빨리 끝내고자 했습니다. 실제로도 그렇게 됐고요. 장비 설치를 모두 마치고 나니 마지막으로 몇 가지 사소한 부분만 조정하면 될 정도였습니다. 플래시마다 전력을 얼마나 공급할 것인가, 은은한 주변 조명을 얼마나 활용할 것인가 정도만 결정하면 됐습니다. 그리고 사진을 몇 장 찍는 것으로 작업이 마무리됐죠.

거실 창문을 통해 찍은 Cynthia의 사진이 가장 까다로운 작업이었습니다. 저는 (안정감 면에서 불안하기 짝이 없는) 사다리 맨 꼭대기 단에 서서, 카메라는 끝까지 길이를 늘인 모노포드에 고정한 상태로 통나무 위에 올려 균형을 잡아야 했습니다. 높이를 적절히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게다가 일몰과 유리에 반사되는 노을빛에도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이 아주 짧았고 모든 것이 가능한 한 빨리 제 자리를 잡아야 했습니다(풍경 사진가라면 자연광이 얼마나 순식간에 변하는지 제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익히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런데 그게 통하더군요. 저는 창밖에서 아내에게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핸즈프리 에어팟 만세!) 미리 준비해둔 교차 조명이 따로 손볼 필요도 없이 제 몫을 해냈습니다. 때로는 이렇게 운이 좋은 순간도 있군요.

그 너머

GF30mmF3.5 R WR은 아주 훌륭합니다. 이미 탁월한 라인업에 또 하나의 훌륭한 작품이 합류했다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GFX 50S와의 밸런스가 아주 좋고, 무척 선명한 데다 포커스 속도도 아주 빠릅니다(다른 GF 렌즈에 비해 근거리 포커스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일종의 광각 렌즈라서 기존 제품군을 보완하는 역할로도 제격입니다. GF23mmF4 R WR과 GF45mmF2.8 R WR 사이 중간쯤의 위치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사양은 차치하고), 이 렌즈로 촬영하면서 저 자신의 시야가 넓어졌다는 점입니다. 사실 시국이 이렇지만 않았더라도 위에서 보신 인물사진은 제가 인물사진에 주로 선호하는 GF110mmF2 R WR로 촬영했을 것입니다. 그 방식이 가장 안전한 길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하는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24mm 의 시야를 겪어보면서 프레임에 포함할 콘텐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숨을 곳이 없으니까요. 나아가 환경적 인물사진(environmental portrait)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만 아니었다면 저는 이런 사진을 찍지 않았을 테고, 결과적으로 사진을 찍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나중에 이 시기를 돌아볼 때 이 사진들이 어떤 지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도구는 결국 도구일 뿐이라는 말도 맞지만, 도구는 길잡이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길잡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우리가 길을 잃도록 그냥 두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야 우리 힘으로, 알아서 옳은 길을 찾게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