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28

X-T4: "Photography in Motion" Alan Hewitt

케냐에서의 촬영 – Alan Hewitt

저는 X-T2를 구입하면서 처음으로 X-T 시리즈를 통해 FUJIFILM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접하게 되었습니다. 레트로 디자인과 최첨단 사진 기술의 조합이라니, 듣자마자 바로 호감을 느꼈죠. 이후 저는 X-H1으로 기종을 바꾸어 중형(미디엄 포맷) GFX50을 즐겨 사용하게 되었지만, X-T 시리즈 특유의 친밀함과 만족스러운 경험 때문에 제 카메라 가방에는 항상 X-T2가 함께했습니다.

야생촬영을 하는 저에게 FUJIFILM X-T4의 기능은 액션 사진 장르에 유리하다는 면에서 특히 두드러졌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 카메라가 내구성이 매우 우수한 바디를 사용하면서도 전반적으로 클래식한 미적 감각과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의 매력을 고수한 모델이라는 점입니다.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것은 아마도 FUJIFILM X-T4의 여러 가지 기능이 X-T3와 비교해 어떤 면에서 유익한지일 것입니다. 사실 X-T3도 그 자체로 매우 훌륭한 카메라니까요.

지난 3월 초에 FUJIFILM UK 측에서 새로 나온 X-T4와 배터리 그립을 제공하여 직접 확인해볼 기회를 얻게 되어 정말 기뻤습니다. 그것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자연 사진 촬영지인 케냐 마사이 마라에서 신제품을 써볼 수 있다니!

배터리 수명

저는 X-T2와 X-H1을 사용할 때 차를 운전해 사파리로 갈 때마다 중간중간 배터리 충전을 잊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이렇게 하면 주로 늦은 아침에 한 번, 그리고 저녁때 돌아오는 길에 다시 충전하게 됩니다.

그래서 개선된 새 배터리 기능이 확실히 눈에 띄었습니다. 긴 수명을 믿을 수 있어 든든한 안정감이 들었습니다. 저는 배터리 그립을 장착하고 성능 모드를 ‘부스트’로 설정한 상태로 배터리 세 개를 동시에 사용했습니다. 오전과 오후에 사파리 촬영을 하면서 중간에 충전하지 않고 내내 카메라를 사용했는데도, 아직도 배터리 잔량이 상당히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카메라를 USB-C 포트로 메인 충전기에 연결하면 카메라와 그립에 장착한 배터리 세 개가 전부 한꺼번에 충전되는데, 완충까지 약 세 시간 정도가 걸립니다. 카메라 배터리와 배터리 그립용으로 충전기와 플러그를 따로 들고 다닐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덕분에 카메라 가방에 귀한 여유 공간을 꽤 많이 확보했답니다!

IBIS

X-T 시리즈에 IBIS(In Body Image Stabilisation) 기능이 탑재되었습니다!
사파리 차량에서 사진을 촬영할 때는 카메라 지지대를 쓰기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실용적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저는 종종 카메라와 렌즈를 들고 적당한 순간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데, 때로는 이상한 각도로 자세를 잡기도 하고 오랜 시간 동안 몸을 지나치게 늘려야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근육에 피로를 느껴 떨릴 때가 자주 있고, 특히 100~400mm 렌즈를 쓸 때 다소 힘에 부칩니다. IBIS와 렌즈 OIS는 스마트하게 최적의 안정성을 보장하며 근육이 떨리는 현상으로 인한 진동을 모두 상쇄하므로 오토포커스가 확실히 피사체에 위치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프레임 레이트

야생동물의 명장면은 대개 찰나의 순간에 포착해야 합니다. 새가 날개를 펼칠 때나 사자가 입을 쩍 벌릴 때와 같이 가장 극적인 순간, 코끼리 코의 유연한 움직임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제 경우에는 이런 사진을 찍을 때 셔터에서 손가락을 떼지 않고 주시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보다는 찰나의 순간에 7~8장의 사진을 찍는 것이 관건입니다. FUJIFILM X-T4는 초당 15프레임(기계식 셔터)이라는 동급 최고의 연사성능을 자랑하므로 야생동물의 극적인 움직임을 포착해내는 데 있어 일관성과 성공률이 대폭 강화됩니다.

오토포커스

X-H1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기존에 사용하던 X-T2에 비해 오토포커스 기능이 효율성과 반응성 면에서 확실히 좋아졌다고 느꼈습니다. X-T3를 써보았을 때도 X-H1에 비해 그와 비슷한 수준의, 커다란 기능 향상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X-T4는 이와 같은 개선 사항을 토대로 더 효율적이고 정확한 지속적 오토포커스 트래킹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연사성능의 장점과 마찬가지로, 활발하게 움직이는 야생동물을 사진으로 담는 데 일관성과 성공률을 증강해주는 기능입니다.

스위블 화면

저는 가급적 피사체의 눈높이를 맞추는 촬영 방식을 선호합니다. 피사체와 훨씬 친밀한 연대감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마사이 마라의 돌투성이 길을 지나다 차 앞에서 길을 건너는 조그만 늘어진 목 카멜레온(flap-necked chameleon)을 발견하고 급히 내려 사진을 찍으려는데 바로 옆으로는 모터사이클과 트럭이 두어 대 지나치며 제 주변으로 작은 돌멩이가 튀는 순간, 자연 사진이라는 장르에서 시간, 공간과 쾌적한 작업 환경이란 사치일 뿐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하게 됩니다.

새로 나온 스위블 화면 메커니즘은 사용이 간편하고 조작이 빠르며 X-T3와 X-H1 화면에 비해 훨씬 다양한 장면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차에서 내려 자세를 잡는 동안 화면을 얼른 밖으로 열고 바위에 비스듬히 기대어 카메라를 지면 높이에 맞출 수 있었습니다.

기계식 셔터

새로운 디자인으로 다시 태어난 기계식 셔터는 X-T3보다 조용한 것이 특징입니다. 연사 성능까지 강화되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이렇게 소음이 감소된 덕분에 피사체를 놀라게 하거나 주의를 분산시킬 위험이 줄어든 것입니다.

또한, 셔터 수명이 300,000회까지 늘어나 셔터와 카메라 전체의 수명과 안정성이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스틸샷/동영상 모드

저는 여전히 주된 작업물은 사진으로 내놓는사진가이지만, 최근에는 어쩌다 보니 점점 동영상 관련 작업에 많이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영상은 아직 제게 생소한 분야라서 스틸샷/동영상 전용 토글 메뉴를 포함해 모드별 메뉴 옵션이 표시되는 기능 덕분에 두 가지 모드를 간편하게 전환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인터페이스 및 인체공학적 디자인

저는 셔터를 활성화하거나 ‘뒤로가기 버튼’ 포커스를 이용하는 방식을 자주 번갈아 가며 쓰기 때문에 X-T 시리즈에 처음으로 생긴 전용 AF-On 버튼은 무척 반가운 기능이었습니다. 뒤쪽 커맨드 다이얼 왼쪽에 있어 엄지손가락으로 조작하기 좋고, 커맨드 다이얼 자체도 X-T2와 X-H1보다 훨씬 눈에 잘 띄는 느낌입니다.

예상할 수 있듯이 세로형 배터리 그립에도 AF-On 버튼이 있는데, 카메라 바디의 커맨드 다이얼 위치와 사실상 같다고 보면 됩니다. 배터리 그립을 장착하면 가로 방향에서 쓰기 좋도록 깊은 홈이 나 있는데, 이 디자인은 X-T3 및 X-H1과는 비슷하지만 X-T2보다는 훨씬 두드러집니다. 경험상 100~400mm 렌즈를 쓸 때 그립의 안정감이 훨씬 잘 느껴졌고, 패닝(panning)할 때나 여러 피사체 사이를 빠르게 옮겨가며 찍을 때도 좋았습니다.

Andy O’Brien이 전하는 말
 

저는 원래 경찰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느지막이 야생동물과 사진이라는 분야로 삶의 방향을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2016년에 처음으로 야생 사진 촬영용 DSLR 카메라와 렌즈를 구입했는데, 촬영하러 나간 시골의 경치와 소리에 금세 반하고 말았습니다. Fujifilm X-T3를 접한 뒤로는 전적으로 Fujifilm 장비만 사용하게 되었고, 지금은 X-T3 바디와 X-H1 바디에 광각부터 망원줌까지 다양한 렌즈를 구비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날씨와 일조량이 워낙 예측불허인데, 이런 변덕스러운 기후가 제가 스틸샷 촬영 외에 야생동물 촬영에도 관심을 두게 된 주된 이유입니다. 일반적으로 (자연 사진) 촬영에는 필요한 셔터 스피드가 훨씬 느리기 때문에, 해가 저무는 저녁 무렵 야외 현장에 오래 머물 수 있습니다.

또한 저는 스틸샷 한 장이나 필름 한 장만으로 이야기를 전한다는 다소 까다로운 일을 즐기기도 합니다.

저는 작업의 대부분을 고향인 노스 요크셔에서 진행합니다. 자연 풍경과 야생동식물이 워낙 다채로워 해안가 절벽에서는 바다오리와 가넷(gannet)을 볼 수 있고 지형이 험하고 가혹한 황야에서는 육식조와 맹금류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으며 강가에는 매년 발정기를 맞은 붉은 사슴이 출몰하며 수달, 비버, 물총새와 물까마귀가 먹이를 잡으러 오갑니다.

Fujifilm UK에서 아직 출시 전인 Fujifilm X-T4를 사용해 마사이 마라에서 케냐의 야생동물을 촬영하는 프로젝트를 제안했을 때 저는 기꺼이 덥석 기회를 잡았습니다.
Fujifilm에서 정식으로 X-T4 프로모션 출시 영상으로 공개할 짧은 영상을 포착하는 것이 목표였죠.

저는 Fujifilm의 공식 X-Photographer인 Alan Hewitt과 동행하게 될 것이고, 그는 스틸샷 촬영에 집중할 것이라는 브리핑을 받았습니다.

Fujifilm X 시리즈는 크기가 작고 가벼운 것이 장점입니다(이외에도 수많은 장점이 있지만). 덕분에 이번 여행에 필요한 장비를 챙겼는데도 모두 휴대용 케이스 한 개에 들어갔답니다!

현장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짧았습니다. 정확히 이틀 반이 다였죠. Alan은 전에도 이 지방을 여러 번 방문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가이드인 Boston과 미리 연락해 잔디가 깔린 간이 활주로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Alan은 언제든 촬영을 시작할 수 있게 카메라를 준비해두라고 조언했고, 그 말이 옳았습니다. 소형 비행기에서 내린 지 몇 분 되지도 않아 기린, 얼룩말, 하마와 가젤을 보고 곧바로 영상과 사진을 찍었으니까요! 시작이 정말 좋다고 감탄했지만, 이 프로젝트는 갈수록 더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X-T4에 Fujinon XF 100-400mm F4.5-5.6 R LM OIS WR을 장착했습니다. 제가 특히 좋아하는 줌렌즈인데, 초점 거리를 매우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고 동급 DSLR 모델에 비해 훨씬 가볍기 때문입니다. 카메라를 오랫동안 손에 들고 있어야 하는 촬영이라면 무게가 무척 중요하거든요.

상단 패널에 스틸샷/영상(Still/Movie) 레버가 추가되어 사진과 영상 녹화를 간편하게 전환할 수 있었으며, 각각 메뉴가 따로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촬영작가에게 이건 정말 획기적인 기능입니다! 장르를 바꿀 때마다 주요 설정을 변경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예측이 불가능한 자연 사진 촬영처럼 시간이 중요한 고려 사항인 경우 걱정거리를 한 가지 덜어주는 셈입니다.

X-T4에는 이번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고정축 IBIS(In-body Image Stabilisation) 메커니즘과 DIS(Digital Image Stabilisation) 기능이 탑재되어 더욱 강력한 손떨림 보정이 제공됩니다. 여기에 “IS(Image Stabilisation) 부스트” 모드까지 함께 사용하면 기능이 한층 더 보강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몇 가지 기능 버튼을 프로그래밍하여 더 빨리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중량 제한과 물류 문제가 있다 보니 전문 비디오 헤드와 무거운 비디오카메라 삼각대를 가져가는 것은 애초에 논외였습니다. 저는 경량 비디오 헤드에 빈백을 달고 다녔지만, 촬영은 대부분 핸드헬드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IBIS 시스템은 모든 측면이 흠잡을 데 없이 작동했습니다. 경험자로서 말씀드리는데 배고픈 표범을 몇 피트 거리에 두고 있어 감히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도 촬영의 압박에 짓눌릴 때는 카메라 자체의 도움이 그렇게 절실할 수가 없답니다!

그리고 새로워진 배터리 기능도 전보다 훨씬 장시간 촬영할 수 있게 되어 반가운 장점이었습니다. X-T4 그립을 사용하면 배터리를 두 개 더 장착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아침 내내 영상 촬영을 해도 배터리 하나의 잔량을 80%만 사용하는 데 그쳤습니다.

X-T4의 가변 앵글 LCD 터치스크린이 여러 앵글로 까다로운 장면을 프레임에 담아내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차 안에 갇혀 있는 터라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극히 제한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원래 가지고 있던 Fujifilm X-H1과 X-T3의 오토포커스 성능에 깊은 인상을 받았는데, X-T4에서는 이 기능이 한층 더 향상되었습니다. 속도도 더 빨라지고 정확도 면에서도 더 좋아진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이제 스틸샷 모드는 물론 영상 모드에서도 포커스 포인트의 크기를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사소한 추가 사항에 불과한 것으로 느껴질지 모르지만, 예를 들어 동물의 눈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아주 중요한 경우 이제 전보다 훨씬 손쉽게 조정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영상 모드에서는 연속 오토포커스를 사용했는데, 하이에나나 치타 같은 동물이 카메라를 향해 곧바로 걸어오는 상황에서조차 매우 정확한 초점을 유지했습니다.

FHD 240FPS Ultra Highspeed 녹화도 무척 훌륭한 기능이었습니다. 카메라에서 직접 동물의 동작을 10배 슬로모션으로 포착할 수 있다니 경이로운 일입니다. 저는 Highspeed 녹화 기능을 사용해 Kisaru라는 암컷 치타와 새끼 여섯 마리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는데, 정말 놀랍도록 미세한 부분까지 멋진 장면을 얻었습니다.
Fujifilm과 함께한 마사이 마라 촬영은 인생이 바뀔 정도로 굉장한 경험이었습니다. 멸종 위기에 처한 몇몇 동물을 비롯한 아름다운 야생동물과 함께 며칠을 보내는 특권을 누리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언젠가 꼭 다시 가볼 겁니다!

Fujifilm X-T4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견고하고 내후성이 뛰어난 데다 각종 기능이 완비되어 있고 스틸샷과 영상 촬영 기능이 둘 다 우수하니 훌륭한 하이브리드 전문가용 카메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걸 ‘게임 체인저’라고 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