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03 Patrick La Roque

X100시리즈 - 원점과 청사진

Patrick La Roque

저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주로 활동하는 프리랜서 사진가인 Patrick La Roque입니다. 인물, 장소, 거리, 제품 사진을 찍습니다. 피사체가 무엇이든 어떤 서사를 밝히는 것이 촬영의 목적입니다. 
KAGE COLLECTIVE의 창립 멤버로서, 국적을 가리지 않고 인디 사진가들이 모여 비주얼 에세이와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단체에 참가하고 있으며 인물사진과 광고 사진 작품을 전문으로 하는 스튜디오도 운영합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저는 그저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한 사람일 뿐입니다.

나는 X100과 많은 도시를 방문했다. 파리와 로마 베네치아, 도쿄, 그리고 내가 사는 캐나다의 도시. 동굴 탐험이나 험준한 산봉우리의 등산부터 서부 대성당의 그늘에 숨겨진 신학교의 홀까지. 징례식과 리사이틀, 숲속이나 도시 뒷길 산책은 물론, 아이의 방에도 이 카메라를 들고 숨어들기도 했다. 기쁨과 슬픔을 이 카메라와 함께 했다. 일로써 뿐 아니라, 성장하는 아이들과 나이들어가는 우리 부부의 인생을 한장 한장 기록 해 온 것이다.

이러한 사진의 매력과 멈춰진 순간의 무한한 축적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것은 아마 시간과 인류, 우리의 약점, 우리의 어두움, 또 이것을 극복하는 우리가 지닌 무한한 잠재력을 표현하고 있기에 매혹적인것이 아닐까. 이것은 표면적이면서도 내면적이며, 단지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불안정함’에 대한 탐사이기도 하다. ‘혼돈의 움직임’도 ‘느긋한 평화’도 한순간의 정지된 화면으로 영구보존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에 와서는 어떤것이 시초였는지 단정하기가 어렵다. 1세대 X100이었는지, 내 주변을 기록하는 습관이었는지. 카메라가 계기가 된 것일까 아니면 단지 내가 변화 할 시점이었던 것일까? 이것은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다. 하지만 그런것과 무관하게 명백한 것 하나는, X100이 내가 그려왔던 사진가의 모습을 정의했고, 내가 그런 사진가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봐야 카메라다. 너무 과장하는것이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것이다. 하지만 도구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특히 디자인 – 좋은 디자인-. 어떤 사상을 가지고 최종디자인에 이르게 된 것일까. 여러가지를 상정하여 최종형태가 완성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와 같은 사진가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이 카메라가 가지는 철학은, 사용하는 쪽에도 뿌리를 내리기 때문이다. 좋은 도구는 길을 안내 해 준다. 사용하는 입장에서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을 이끌어 내 주는 것이다.

X100에서 X100F의 길을 보면, 정제됨과 진화를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당시의 청사진이 보인다. 2011년에 발표된 1세대 부터 2017년에 발표된 4세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변화를 이룬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센서, 프로세서, 전자파인더, 커스터마이징 기능 등. 필름시뮬레이션에는 클래식크롬과 아크로스도 추가 되었다. 기술의 진화와 함께 카메라도 진화를 거듭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진화보다, 1세대부터 변함없이 지켜오고 있던것 것들이 X100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이 카메라가, 초창기부터 계승한 철학을 기반으로 설계되고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X100은 X시리즈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다. X시리즈 중에서 유일하게 리프셔터와 ND필터를 탑재한 카메라다. 모두 잊어버릴 법 하지만, 이것은 초창기부터 달라지지 않았다. X는 이 카메라로 시작되었고, 이 카메라 덕분에 GFX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그것은, 이 카메라에 대한 고집을 지켜 내 온 덕분에 이룬 성과라고 생각한다.

X100F를 열었을 때, 진화는 순식간에 와 닿았다. X-Pro2와 같은 포커스레버가 탑재되어 있고, 버튼의 레이아웃도 X-Pro2와 닮았다. 실제 손에 들고 조작 해 보면, 아주 세세한 부분의 조정이지만 기존 모델보다 확실히 조작감이 향상되었다. 아주 약간 높아지거나, 아주 약간 색상이 밝아지긴 했지만, 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소중한 것들은 잃지 않았다. 옛날부터 잘 알고 지낸 나의 파트너임에 변함이 없다.

앞으로의 일은 알수가 없다. 이 세상은 아주 복잡하고 불안정 하여, 때로는 그 무게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무겁다. 하지만 나는 한손에 X100을 들고 내가 겪는 일을 기록 해 나가면서, 내 나름대로 정리를 해 볼 것이다. – 우리 집, 우리의 여행, 일이든 개인적인 것이든 나의 모든 생활을.
내 오랜 친구와 함께 -나의 완벽한 스토리텔링 머신- 이러한 장면을 계속해서 쌓아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