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24

X100V "My Approach" - Fausto Podavini

Gianluca Colla의 프로젝트 소개

X100 시리즈는 단순히 카메라로 볼 수만은 없습니다. 무슨 이유에선지 현재 버전의 X 시스템의 영적인 창시자 같은 대우를 받고 있으며, 사진계에 Fujifilm 브랜드를 (다시) 등장시킨 주역이자 아끼고 사랑하는 X100 시리즈와 헤어지지 않기 위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기꺼이 팔 작정인 열렬한 팬들을 양산해낸 스타이기도 하니까요. 게다가 저를 비롯한 수많은 이들에게 X100은 Fujifilm이라는 세계를 보여준 카메라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X-T3, X-T4, X-Pro2나 X-Pro3를 비롯한 많은 Fujifilm 바디를 잘 쓰고 있는 사용자들조차 X100 시리즈에 조금은 감사를 표할 부분이 있답니다.

저는 아직도 제 첫 X100 카메라를 간직하고 있는데(2011년에 손에 넣은), 감상적인 값어치가 있어서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아이들을 임신하고 출산한 과정을 기록하는 데 쓰기도 합니다. 첫날과 다름없이 완벽하게 작동하기 때문이죠! 사실 이후에 출시된 모델도 여럿 가지고 있고 머지않아 당연히 X100V도 손에 넣을 참입니다(아내에게는 말하지 마세요, 비밀입니다…). 시리즈니까요. 하지만 그것보다는 이 모델이 미니멀하면서도 효과적인 촬영을 원하는 모든 상황에 완벽하게 어울리기 때문이라는 원칙적인 이유가 우선입니다. 게다가 혹시나 X100 시리즈를 목에 걸고 있다는 자부심을 숨길 수만 있다면, 카메라를 몰래 가지고 다닐 수 있다는 것도 작지 않은 장점이죠!

이런 연유로, X100 시리즈를 사용하되 서브로 사용하는 사진가에 대한 영상을 제작해보겠냐는 제안이 들어왔을 때, 덥석 이 프로젝트에 깊은 흥미를 느끼게 된 것입니다. 제안을 받고 즉시 떠오른 의문은 이렇습니다. “공식적으로”Fujifilm 카메라 사용자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을 굳이 인터뷰하고 영상으로 촬영하는 이유는 뭘까? 사실, 여기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첫째, X-photographer의 파노라마에 속하지 않는 재능 있는 사진가를 찾아내서 나쁠 것이 없다는 점입니다.

Fujifilm에서는 이미 오랫동안 사진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특히 “X-photographer” 중에 정말 대단한 사진가가 여러 명 있지만 예술 장르로서의 사진, 즉 기술적인 측면을 뛰어넘어 콘텐츠에 집중하는 사진이라는 분야는 한 브랜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아름다운 이미지는 기술적인 수단에 구애받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진가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도 사실입니다(그리고 Fujifilm은 이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둘째, 어느 사진가가 Fujifilm을 메인 시스템을 보완할 보조 카메라 바디로 쓴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 무척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선택한 사진가는 재능이 넘치는 Fausto Podavini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수많은 상을 받은 실력자로서 그의 이름이 익숙할 것입니다. 세계보도사진전(World Press Photo), PDN Photo Annual, MIFA, IPA를 비롯해 이외에도 명망 높은 상을 받은 경력을 자랑합니다. 반면 저는 수집가이자 사진집 애독자로서, 크라우드펀딩으로 출간된 그의 첫 작품집인 MIRELLA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감동적이면서 친밀하고 섬세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었거든요. 제 아내(마찬가지로 열렬한 독서광입니다)가 몇 년 전 어느 날 저녁 제게 짚어준 책인데, 저희 부부는 곧바로 이 사진가의 사진에 매료되고 말았습니다. 알츠하이머병과 같이 묵직하고 까다로운 서사 주제에 상냥함을 가득 담고 애정을 듬뿍 불어넣은 것이 참 놀라웠습니다.

저희는 단연 시간이 흐르면서 진가를 인정받은 이 프로젝트의 진가를 맨 먼저 알아본 이들 중 일원이었습니다. Fausto 본인의 말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가 사진가로서의 그 자신을 가장 잘 나타낸다고 합니다. Fausto와 만날 약속을 잡기는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저와 상대가 원하는 안건을 합의하는 것도, 함께 만나 촬영을 진행할 날을 찾기도 정말 순탄치 않았습니다.

Fausto는 무척 정중하고 예의 바른 사람입니다. 사실 그처럼 서로 다르고 멀게 느껴지는 문화권을(지리적인 의미에 국한하는 것이 아닙니다) 넘나드는 포토저널리스트라면 바로 이런 사람이겠구나, 하고 예상한 그대로였습니다.

함께 하루를 보낸 뒤에는, 사진과 사진예술이 지닌 잠재력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품은 인물이라고 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본능적이면서도 거의 바보 같을 정도로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이미지에 대한 애정을 품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어린아이 같다는 표현은 “미성숙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다른 부수적인 어떤 것에도 영향을 받지 않은 순수함이 존재한다는 의미에서 쓴 것입니다. Fausto에 대해 제가 받은 느낌을 더 자세히 전달하고 싶지만, 솔직히 그 자신이 포착한 이미지와 진심으로 전하도록 두는 것이 나을 것 같군요. 

즐겁게 감상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