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 30년간 사진가로 일하면서 다양한 개인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책, 전시회 및 A/V 작업물의 형태로 그 결실을 선보여 왔습니다. 제 작업은 대부분 시적인 성격을 띠며, 우리가 세상에 대해 가진 비전에 의문을 던지고 대부분의 경우 서사적인 주제를 피하는 편입니다. 다만 때로는 고객의 의뢰를 받아서든, 저 스스로 주도해서든 이미지를 통해 다른 주제를 다루기도 합니다.
이렇게 일해온 세월의 대부분은 아날로그 카메라를 사용했지만, 디지털 기술을 사용한 지도 이제 꽤 되었습니다. 디지털 기술이 작업에 중요한 이점을 제공한다고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찍을 때는 예전과 똑같은 원칙을 따릅니다. 그래서 카메라 자체에 생긴 차이점을 가장 먼저 눈치챈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아날로그 카메라가 더 단순하고 직접적이라, 직감을 따른다면 이쪽을 택합니다. 제 눈과 몸의 연장선에 있는 역할을 더 잘해준 도구인 셈이죠.
그랬는데, FUJIFILM X100을 처음 만난 뒤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저는 이 시리즈의 첫 카메라가 출시된 이래 이 시리즈라면 믿고 사용해왔습니다. 아날로그 카메라의 좋은 점을 빠짐없이 담아낸 카메라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아날로그 조작계와 광학 뷰파인더를 사용해 간편하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데다가, 화질도 뛰어나고 크기가 작아 다루기 쉬우면서 눈에도 잘 띄지 않습니다. 심지어 이미지의 질감마저 필름 사진과 비슷합니다.
새 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적용되는 각종 개선 사항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X100F도 예외가 아닙니다. 탁월한 화질, 모든 프로세스의 빠른 속도는 물론 특히 포커스가 훌륭해 두드러지는 모델이죠. 배터리 소모량도 적고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기능이 추가된다는 점도 좋습니다.
저는 특히 여행 중에 이 카메라를 애용합니다. 이동하면서 촬영하는 것이 단연 이 모델에 가장 이상적인 환경일 것입니다. 이 일을 시작한 초반에 그랬듯이 일상생활 속에서도 매일같이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 습관이 다시 붙기는 했지만요. 이 카메라는 저와 함께 브라질, 캄보디아, 에티오피아와 이란을 비롯해 곳곳을 돌아다녔습니다.
특히 에티오피아 한가운데에 위치한 랄리벨라(Lalibela)에서의 작업이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커다란 바위를 깎아 그리스 정교 교회를 세운 인상 깊은 곳으로, 터널과 통로가 복잡하게 얽혀 공간을 서로 연결해주는 구조였습니다. 에티오피아 전국에서 가장 인상적인 명소인 것은 물론, 어쩌면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서도 이만한 곳은 없을지 모릅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매년 1월에 이런 교회에서 크리스마스를 축하합니다. 수만 명의 사람이 흰색 담요를 두르고 밤새도록 기다려 크리스마스날 아침 동이 틀 무렵부터 여러 가지 의식과 행사가 이어지죠.
그 밤의 광경을 직접 지켜본 것이 제 평생 가장 특별한 기억 중 하나로 남았습니다. 순간순간, 마치 꿈꾸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죠. 너무 어두워서 눈앞에 있는 것조차 잘 안 보일 정도인 곳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 상황에서 X100 시리즈 카메라로 촬영한 덕분에 다른 기종으로는 불가능했을 법한 작품이 탄생했죠. 전자식 셔터가 완전 무음으로 작동하고 크기도 작은 데다가 고감도 성능이 극히 뛰어나 기적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X100 시리즈 외에 X-Pro2와 GFX 50R과 같은 다른 FUJIFILM 카메라도 사용했는데, 각자 나름대로 다른 분야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기종이죠. 하지만 호환성이 매우 뛰어난 데다 어떤 면에서는 이런 다른 기종을 보완해줄 수도 있는 X100F야말로 오랫동안 이 시리즈를 아끼게 만든 특징을 가진, 항상 곁에 두고 싶은 카메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