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27 David Klammer

X100F "Common Sense": Bettina Flitner x David Klammer

David Klammer

David Klammer was born 29.08.1961 in West-Berlin, Germany. Since 2007 he is member of the Photo-Agency LAIF/Cologne. David Klammer works as photographer and videographer for mayor editorial and corporate clients in the fields of portrait and reportage.

 지난 일요일 아침, 파리 도심의 생메다르 광장은 아직 고요 속에 잠겨 있었습니다. 누군가 채소 노점 판매대를 세우는 중이었고요. 작은 교회 앞에는 예배에 참석하러 온 신도들 몇 명이 셀피를 찍고 있습니다. 이곳은 대도시인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구역 중 하나로 아름다운 경치가 일품입니다. 

 Christian도 아코디언을 가지고 나와 마지막으로 사운드 체크를 하고 있습니다. 40년 동안 그는 매주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이곳에 나와 프랑스 정통 샹송을 연주합니다.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이야기를 하거나 소리 내어 웃기도 하죠. 이곳은 흔한 관광 명소가 아닙니다. 관광도시인 파리이지만 이곳은 여전히 동네 주민들의 공간이죠. 

 이날 저는 유명한 사진가인 Bettina Filtner와 동행하여 센강을 따라 시내 투어를 하면서, Bettina가 항상 Fujifilm X100F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이유를 직접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앞장선 Bettina를 제 Fujifilm X-T3로 찍어보기도 하고요.   

광장에 점차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천천히 공간이 채워집니다. 그중에는 Elisabeth도 있네요. 빨간 가방을 들고 색깔을 맞춘 빨간 모자를 쓰고서 선율에 따라 춤이라도 추는 듯 가방을 앞뒤로 흔듭니다. 불타는 듯한 오렌지색 머리를 한 안무가도 있고, 휠체어를 탄 사람도 있고, 한 손에 와인병을 들고 미소를 짓고 있는 방랑자도 있습니다.  참 흥미로운 소우주입니다. Bettina Filtner는 조그만 Fujifilm X100F에 완전히 몰두하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음악을 따라 함께 움직이며 소리 내어 웃기도 하고, 만난 사람들과 볼에 입 맞추며 인사를 나누기도 합니다. 아는 노래가 나오면 따라 부르기도 하네요. 사람들의 사진을 찍는 것이 본래 용무가 아닌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강렬한 클로즈업 샷을 찍고 있습니다. Bettina에게 카메라는 잠긴 문을 열어주는 도구이며, 낯선 이들과 소통하게 해주는 매개체입니다. 마치 사람들과 접점을 만들고 연대하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Filtner는 호기심이 많고 예리한 관찰력의 소유자입니다. 자신이 만난 주인공의 사연에 관심을 기울이고 나중에 자신의 사진을 볼 사람들에게서도 같은 호기심을 끌어내고자 합니다. 사람들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눈에 띄고자 하는 욕망?

Bettina Filtner는 1989년 이래로 쭉 사진가로 활동해왔습니다. 사진가로 일하기 전에는 영화 제작을 공부했는데, 이 과정이 사진가로서의 관점에 영향을 미친 것이 분명합니다. Bettina의 작품은 연작 특유의 특징을 가진 것이 많습니다. 사진과 텍스트로 구성된 이미지를 선보일 때도 많죠. 주제 또한 인물 사진부터 정치적 에세이는 물론 르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테마를 아우릅니다.  Bettina Filtner는 공개된 공간에 작품을 설치하고 도발적인 주제를 다루어 명성을 얻었습니다. 극우파, 창부와 성매매 고객인 남성들 등의 주제를 다룬 장기간의 사진 프로젝트가 대표적입니다. 지금까지 출간된 사진집만 열 권이나 됩니다. 사진 작품으로 무수히 많은 상을 받았으며 국제전에서 선보인 작품도 많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Nikon과 협력해오기도 했습니다. 최근 들어 Bettina가 애용하는 장비에 Fujifilm GFX 50S와 소형 X100F가 합류했습니다. 시스템 기술을 다양하게 시도해보는 그녀의 여정이 앞으로 어디에 가 닿을지는 아직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촬영을 이어가며 거리에서 우연한 만남을 기대합니다. 언덕을 뱀처럼 구불구불 타고 올라가는 무프타르 거리(Rue Mouffetard)에서 특징적인 이목구비가 눈에 띄는 나이 지긋한 남자와 마주쳤습니다. 약간 구부정한 걸음걸이, 옛날 댄디 족을 떠올리게 하는 옷차림이 인상적인데 한쪽 팔 아래에는 화가의 포트폴리오를 끼고 있습니다. 길거리의 어느 벽에 붙은 거울 앞에 서더니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넘깁니다. 흥미로운 얼굴입니다. Bettina Filter가 그에게 다가가 말을 겁니다. 그는 약간 내성적인 듯 제가 들고 있는 비교적 큰 편인 영상 장비를 계속 흘끔거립니다. 조그마한 X100F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잠시 뒤 그는 사진 촬영에 동의해주었습니다. 나중에 Filtner가 설명해준 데 따르면 사람들은 보통 큰 DSLR에 비해 작은 카메라에는 겁을 내지 않는 편이라고 합니다. Bettina는 피사체와 접촉을 유지하여 찍히는 상대방도 찍고 있는 자신의 얼굴을 보고 계속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Filtner는 “소통”이라는 단어를 즐겨 씁니다. 그리고 양방향으로 전개하는 것도 중요하죠.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하면서 센강 기슭에서 스피커를 통해 공공 알림 방송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래쪽 강가에 몇몇 사람이 모여 있는 것이 보입니다. 손에 촛불을 들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줄리안 어산지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진행 중입니다. 사방의 공기가 관악기 연주자들의 선율로 가득하지 않다면 파리는 진정한 파리로 느껴지지 않을 것입니다. Bettina Filtner는 물 만난 물고기가 따로 없습니다. 사람들 사이를 자유롭게 누비며 연주자들을 지나쳐 걸어가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자에게 집중합니다. 사진 속에서는 Flitner 특유의 예리한 인식, 친화성과 호기심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동시에 찍히는 사람을 압도하지 않는 카메라의 성격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Technology Used for the Video:

  • Fujifilm X-T3 (1080 FHD, LOG, 50FPS)
  • Fujinon XF23mmF1.4
  • Fujinon XF56mmF1.2
  • DJI Ronin SC Gimbal
  • Smallrig Cage for X-T3
  • Zoom F1 Recorder with directional microph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