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T5 x Patina Photography

2022.11.15

여느 예술 장르와 마찬가지로 사진도 역시 본질은 창작자가 세상을 보는 관점을 포착하는 것입니다. 일출이나 파도가 밀려오는 모습을 보면 매료되듯이, 저에게는 서로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보는 것도 시선을 뗄 수 없는 매력적인 테마입니다. 커플마다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은 각기 다릅니다. 거창하게 마음을 표시할 수도 있고, 사소한 눈빛 교환이나 속삭임에서 눈에 띄기도 하고, 그저 서로 손을 잡고 나란히 서서 나에게 온 세상인 사람 바로 곁에서 둘 앞에 펼쳐진 광경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제게 사진은 각 커플 나름의 독특한 애정 표현을 포착하는 것입니다. 좋은 부분을 모아서 피사체에게 다시 건네주는 거죠. 사진의 힘은 지금 이 순간을 포착한 작은 스냅숏에서 나옵니다. 찰나의 기분, 분위기와 정서가 모두 담겨 있어서 사진을 보는 커플이 그 멋진 순간으로 돌아가 다시 그때 기분을 느끼게 해주죠.

저는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활동하는 후지필름 X 포토그래퍼입니다. 남편 Hemi와 함께 웨딩사진 업체인 Patina Photo를 운영하며 10여 년간 웨딩사진을 촬영해 왔습니다. 멋진 고객들 덕분에 기막힌 경치를 자랑하는 고즈넉한 장소에 가볼 수 있고, 고객의 러브스토리에 푹 빠질 수 있어 감사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기쁘게도 후지필름의 최신 카메라를 시험 사용해볼 기회를 얻어 고객 커플을 더 잘 포착하는 데 어떤 면에서 도움이 될지 알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과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대단하더군요! 자세한 후기가 궁금하다면 이 글을 계속 읽어주세요.

X-T5 & XF23mmF1.4 R LM WR

후지필름 X-T5를 챙겨 이틀간의 모험을 떠났습니다. 만년설이 덮인 서던알프스의 야생의 환경을 담으러 떠난 이 모험의 주인공은 Ruby와 Tu(실제 커플)입니다. 이 카메라는 놀랄 만큼 제 사진의 모든 면을 강화해주었습니다. X-T5는 잡자마자 낯익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X-T3에서 마음에 들었던 틸트 스크린과 택타일 버튼이 고스란히 재현되었고, 동시에 인체공학적 요소, 배터리 수명과 화질은 대폭 개선되었더군요.

X-T5는 사진 중심의 작가 입장에서 역대 최고의 후지필름 카메라라는 사실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전 세대보다도 작고 가벼운 이 작은 카메라 바디에 어찌나 많은 업그레이드를 알차게 채웠는지 감탄했습니다.

이 카메라를 직접 손에 들어보기도 전에 맨 먼저 눈에 띈 점은 X-T4보다 훨씬 작고 콤팩트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일단 손에 들어보면 곧바로 X-T4보다 훨씬 가볍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배터리 없이 바디만 놓고 보면 X-T3보다도 가볍습니다. 배터리 수명 이야기는 뒤에 자세히 다룹니다). X-T 시리즈 카메라는 몇 년 동안 점점 더 크고 무거워졌는데, 그에 익숙해진 저로서는 X-T5가 그런 추세를 역행한 모델이라는 사실이 반가웠습니다.

저한테는 무게가 중요한 문제거든요! 이런 촬영에서는 뉴질랜드 전역을 누비게 되고, 결혼식 당일에는 한 번에 10시간 이상 촬영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동료 사진가 중 경력이 오래 쌓이면서 손목이나 어깨가 안 좋아지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량 시스템이라면 카메라 바디 두 대에 각기 다른 프라임 렌즈를 하나씩 장착해 촬영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듭니다.

X-T5 & XF23mmF1.4 R LM WR

X-T5에는 더 깊어진 디자인의 빌트인 핸드그립도 새로 생겼습니다. 신형 렌즈(23mm, 33mm, 56mm)를 장착하고 들어 보니 한 손으로도 완벽하게 균형이 잡히는 기분이라 곧바로 눈앞으로 들어 올려 촬영을 시작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크기가 작고 가벼우며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한 핸드 그립까지 있으니, X-T5는 후지필름 사상 가장 인체공학적인 X-T 카메라라 할 수 있습니다. 웨딩 사진이나 보도 사진과 같은 스타일의 작업에 완벽한 도구이기도 합니다.

저는 늘 후지필름 특유의 레트로한 느낌을 좋아했고(너무 귀엽거든요!) 누구나 좋아하는 빈티지 필름 카메라에 경의를 표하는 모드도 좋아합니다. 보는 사람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분위기라서 제가 고객 커플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서로 편해지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 결혼식에서 칵테일 아워를 즐기는 하객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눈에 띄지 않게 포착하는 데도 좋거든요.

X-T5 & XF33mmF1.4 R LM WR

X-T5에서도 이런 레트로한 분위기가 이어져서 좋았습니다. 디지털카메라와 아날로그 카메라의 좋은 점만 모은 좋은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실물 다이얼을 통해 원하는 노출 설정이 무엇이든 바로 이용할 수 있어서 노출의 3요소를 각각 손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도 좋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을 잘 모르시는 분을 위해 설명하자면 ISO, 조리개, 셔터 스피드입니다.

매뉴얼 촬영에 통달한 노련한 프로 사진가든 아직 배우는 중이든, 다이얼 하나만 돌려 이미지의 이런 측면을 완전히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으면 매우 유용하다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다이얼을 잠글 수도 있어서 고객과 함께 현장을 뛰어다니다가 실수로 설정을 건드리는 불상사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X-T5 & XF33mmF1.4 R LM WR

3축 틸트 스크린이 돌아왔다는 것도 무척 반가웠습니다.

후지필름 카메라를 만나기 전에는 틸트 스크린을 사용한 적이 없었는데, 덕분에 제가 이미지를 구성하는 방식이 달라졌거든요. 간단하게 휙 넘기기만 하면 LCD 스크린을 기울여 피사체가 하늘을 등진 위치로 배치할 수도 있고, 카메라를 높이 들어 좀 더 포토제닉한 앵글을 찾거나 지저분한 배경을 프레임에서 제외할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틸트 스크린 없이는 못 살 것 같을 정도입니다. 창의력 표현에 정말 유용한 도구거든요. 좁은 옷장에 들어가 몸을 구겨 넣고 이 깜찍한 순간을 포착할 수 있게 해준 일등 공신입니다. 이 스크린 덕분에 카메라가 사람 사이에 끼어들지 않아 고객 커플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면서 재빨리 촬영할 수 있습니다. 좋은 촬영 세션이란 즐거운 수다와도 같은데, 단지 카메라 한 대가 함께할 뿐이거든요.

X-T5 & XF23mmF1.4 R LM WR

X-T5는 카메라 내부도 대 변신하여 X-H2에 들어간 것과 똑같은 4020만 화소 센서가 내장되었습니다. 이미지가 훨씬 선명해진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같은 렌즈를 썼는데도 X-T5로 찍은 이미지가 전에 쓰던 카메라보다 선명하고 디테일이 잘 살아났습니다.

이만큼 해상도가 높은 데도 디테일이 훌륭하게 담겨서, 이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를 인쇄하면 어떨지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스크린에 표시된 화질과 디테일이 이 정도라면, 인쇄 화질은 말할 것도 없이 마법처럼 근사할 것이 틀림없으니까요!

저는 사소한 순간도 중대한 장면만큼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이미지가 극히 선명해서 속눈썹 한 가닥까지 표현되면 제가 일하기 한결 편하죠.

웨딩 앨범은 무척 손이 많이 가는 인쇄 작업입니다. 앨범 하나를 꽉 채우는 사진은 폭이 24인치(60cm 이상)에 달할 수도 있고, 고객 커플이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꼼꼼히 신경 쓰거든요. X-T5로 촬영한 4020만 화소 이미지는 근사하게 완성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얼른 페이지 전체를 가득 채우는 앨범 사진과 대형 인쇄 버전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X-T5 & XF23mmF1.4 R LM WR

배터리 수명도 마찬가지로 대단합니다! 저는 결혼식에서 촬영할 때면 보통 배터리를 몇 개 따로 챙겨갑니다. 해 질 녘이 되면 혹시 모르니까 유선 충전기를 찾게 되고요. 전에 쓰던 모델이 X-T3이다 보니, X-T5의 배터리 수명은 정말이지 감탄 스러웠습니다! 이틀이나 추운 알프스에서 촬영했는데도(보통 배터리가 완전히 소진될 만한 촬영 조건) 배터리 수명이 거의 줄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앞으로 제 촬영 방식이 엄청나게 개선될 것 같군요! 더는 머릿속으로 남은 배터리 개수를 확인할 필요도, 길어지는 결혼식에서 끝까지 버티기 위해 필사적으로 콘센트를 찾을 일도 없을 테니까요. 배터리 다루는 데 들이는 시간을 줄여 대신 사랑의 순간을 포착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겠습니다.

X-T5 & XF23mmF1.4 R LM WR

전반적으로, X-T5는 꿈처럼 환상적인 카메라였습니다. 다른 프로 사진가는 물론, 사진에 열의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100% 이 카메라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저희 고객은 저희가 느끼게 해드리는 감정, 저희가 만들어 기억하게 해드리는 추억 때문에 저희 스튜디오를 찾습니다. 카메라는 바로 그런 감정을 포착하여 전달하는 매체이고, 좋은 카메라란 강력한 도구입니다.

X-T5는 제가 평생 써본 후지필름 카메라 중 단연 최고입니다. 후지필름이 이전 모델에서 제가 정말 좋아하던 부분을 모아 이 깜찍하면서도 인상적인 작은 카메라 안에 알차게 담아주어 정말 기쁩니다. 마치 제 몸의 연장선처럼 느껴지고, 확신을 갖고 촬영에 임할 수 있게 해주며, 어떤 조건에서든 고객과 연대할 수 있게 해주고, 제가 원하는 작품을 창작할 수 있게 해주는 카메라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