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사연은 수많은 다른 사진가의 사연과 대동소이합니다.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 아이가 성장하는 순간을 포착할 생각으로 카메라를 한 대 샀죠. 그전에는 사진을 예술로 접한 적이 전혀 없었습니다. 취미로 사진을 찍다가 거리 사진 겸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생업을 정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에 앞서 사진의 역사를 공부해봤는데요. “사진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 진지하게 공부해볼 의욕이 샘솟았기 때문에 매우 체계적인 공부 계획을 세우고, 관련 주제를 다룬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그 시기 저는 사내 변호사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가가 거의 없었지만, 제게 주어진 그 소중한 “자유” 시간만큼은 전적으로 사진에 전념했습니다. 몇 달 동안이나 사진이라는 일에서 저 자신을 찾아 헤맸죠… 여가가 부족했던 탓에 점심시간에 거리에서, 슈퍼마켓에 장을 보러 가다가, 산책하다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제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 저만의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했어요. 저는 꽤 운이 좋았어요. 비교적 빨리 제 사진 스타일에 맞는 적절한 도구를 찾았거든요. 그것이 바로 X100이었습니다. X 시리즈 카메라는 탁월한 인체공학적 설계 덕분에 촬영할 때 느끼는 충만한 감정 때문에 제가 정말 좋아하는 카메라입니다(카메라를 사용할 때 느끼는 편안함과 좋은 기분이 관건이니까요). 게다가 근사한 필름 시뮬레이션 덕분에 찍은 사진을 나중에 편집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무척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여가”에만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사진과 생업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일을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의지가 생긴 김에 그대로 밀어붙이고, 저 자신이 여기서 포기하지 않게 하려는 선택이었죠.
제게 거리 사진이란 순간적인 직감입니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어떤 것을 감에 의존해 포착하는 것이죠. 그래서 흥미롭고 신나면서도 독특한 일이에요.
요즘은 세간에 누구든 그냥 카메라 한 대를 챙겨 “헌팅을 나가서” 가끔 “걸작”을 건질 수 있다는 개념이 자리 잡은 모양인데, 저한테는 참 놀랍습니다. 말도 안 되죠! 거리 사진 촬영은 시각적, 실질적 경험을 둘 다 아주 많이 쌓아야 하는 아주 심층적이고 생각이 많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하지만 이런 스타일의 사진을 찍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행운의 여신의 미소”가 찾아올 순간을 대비해 그때가 오면 올바로, 제때 반응하는 법을 익혀두는 것입니다.
거리 사진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자기 복제를 피하는 것, 그리고 자기비판을 잘 해내는 것입니다. 자기 사진을 잘 살펴보고 평가하여 실수를 잘 숙지해서 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피할 수 있다면 유익할 것입니다. 또한 남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애쓰지 말고 자기다운 모습을 지키고, 자기 자신을 믿는 것, 그리고 자기 목소리를 듣는 것도 중요합니다. 제 작업에서는 거리 사진과 다큐멘터리 사진 사이에 뚜렷한 경계가 없습니다. 저는 사진이라는 장르 전체에 관심이 있습니다. 즉 특정 사진 스타일에 얽매일 생각은 없지만, 제 주변에서 삶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내고 싶은 것입니다.
사진에서 도구는 매우 중요합니다. 자신이 가진 아이디어와 비전을 가능한 가장 좋은 형태로 실현하는 데 유리한 적절한 도구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운 좋게도 신제품 X-E4가 정식 출시되기 전에, 우크라이나 리비우 거리에서 촬영하면서 이 카메라를 써볼 수 있었어요. 카메라가 워낙 작고 남의 눈에 거의 띄지 않아서 거리에 렌즈를 들이대고 촬영할 때 큰 덕을 보았습니다. 카메라 작동 속도, 탁월한 인체공학적 디자인은 물론 높은 ISO 이미지를 훌륭하게 처리하는 기능 등 X-E4에는 커다란 장점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이 카메라가 X100과 X-Pro 시리즈의 장점을 모두 모아 바디 한 개로 집약해 놓은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X-E4는 주어진 과제가 무엇이든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는 괜찮은 다목적 카메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