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24

X-E4: “Make More with Less” x York Place Studio

 

X-E4 에 대한 York Place Studio의 인상

저에게 웨딩촬영을 보도 사진 스타일로 촬영하는 것은 거리를 촬영하거나 우리 가족을 촬영하는 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웨딩” 사진을 찍으러 가도 제 머릿속은 평소와 다름없고, 생각의 변화나 촬영 방식의 변화도 없습니다. 저는 어떤 상황에서든 같은 걸 찾습니다. 즉, 생명력과 즉흥성, 연결입니다. 제 이미지는 결혼식 사진, 거리 사진, 가족사진으로 분류하기가 어렵습니다. 그저 장소가 어디든 제가 바라보는 세상을 찍은 사진일 뿐입니다.

X-Pro2 & XF56mmF1.2 R

애초에 이렇게 장르에 제한을 받기를 싫어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후지필름 카메라에 끌렸던 것 같습니다. 웨딩촬영을 한다고 해서 촬영 방식을 바꿀 마음이 없다면 굳이 카메라를 바꿔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평소에는 작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결혼식장에 도착하자마자 큰 DSLR로 바꾸던 시절에는 그럴 수밖에 없기는 했지만 언제나 이질감이 들었습니다. 웨딩 사진을 찍을 때의 관행에 대한 기이한 거부감을 느꼈습니다.

X-Pro2가 출시된 이후로는 그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드디어 거리 사진을 찍는 카메라 같지만, 웨딩 촬영용 카메라만큼의 성능을 자랑하는 제품이 나온 겁니다. 이질감이 사라지면서 거리 사진을 찍다가 완전히 다른 형식의 카메라로 바꾸면서 생기는 “낯선 기분”을 느끼지 않게 되었습니다. 원래 마음속으로는 거리 사진이나  웨딩촬영이나 아무 차이가 없었지만, X-Pro 시리즈가 나온 이후로는 물리적 차이도 사라졌습니다. 이 카메라 하나로 모든 곳에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X-Pro2 & XF23mmF1.4 R

X-Pro 시리즈는 바로 메인 카메라가 되었고 지금까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결혼식 사진을 찍을 때 주로 사용하는 카메라이다 보니, 함부로 다룰 수가 없어서 아무렇게나 가방에 넣고 들고 다니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미니 X-Pro3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용하는 느낌이 비슷하고 호환 렌즈도 같은 걸 사용하면서도, 후반 작업을 하고 싶지 않을 때 후지필름의 색감이 나오는 JPEG 파일을 바로 뽑을 수 있는 카메라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결혼식뿐만 아니라 거리 사진을 찍을 때나, 일상에서 휴대할 수 있을 만큼 좀 더 작고 가볍게 나오기를 바랐습니다.

바로 X-E4가 그런 카메라입니다.

저에게 사진은 그저 일이 아니라 창의성을 발산하고 저 자신을 표현하는 통로입니다. 저 혼자 보기 위한 사진을 찍을 때도 그렇습니다. 결혼식에 가든, 집에 있든, 거리를 걷든 어디서나 사진으로 찍고 싶은 풍경이 보입니다. 사람들이 상호작용하는 데서 영감을 얻고, 색다른 순간을 사랑합니다. 머릿속에 배경 스토리가 저절로 떠오르는 유머가 있는 장면을 좋아합니다. (피카딜리 서커스를 지나갈 때 보이는 가죽 재킷을 입은 춤추는 곰은 아무리 유머가 있어도 포인트를 모르겠습니다.)

X-E4 & XF23mmF1.4 R

일상에서 지나치는 순간은 친숙하지만 언제나 독특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어디를 가든 제게는 사진을 찍을 풍경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카메라가 언제나 함께해야 합니다. X-E4는 제게 그런 존재가 될 카메라입니다.

저는 언제나 카메라의 작은 움직임만으로 장면의 근본적인 느낌마저 바뀌는 것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거리에 나갔을 때는 언제나 그런 생각을 하며 사진을 찍습니다. 예를 들어, 런던 차이나타운을 걸으며 X-E4로 촬영을 할 때가 그렇습니다.

X-E4 & XF23mmF1.4 R

원래는 번화한 차이나타운에서 보이는 색의 대칭과 흥미로운 기하학적 모양에 이끌렸지만, 약간의 불규칙함을 더하고 싶었습니다. 대칭적인 직소 퍼즐에서 한 조각이 비뚤어진 것처럼 말입니다. 리어 스크린으로 구도를 잡고 장애물 뒤에서 카메라를 움직이면서 중앙 초점을 잡으면 거리에 서 있는 사람을 찍는 것보다 더욱 흥미로운 이미지를 얻을 수 있고, 보는 사람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수 있습니다. 그 잠깐의 멈춤으로 나머지 장면을 보고 싶은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전문가급 카메라를 항상 휴대해야만 촬영할 수 있는 이미지입니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거리로 나가서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거리를 걸으면서 발견하는 일상의 순간이 훌륭한 사진이 될 기회가 생깁니다.

물론, 최근 팬데믹으로 인해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습니다. 저는 가족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지만, 언제나 스냅 사진 이상의 무언가를 담고 싶어 합니다. 가족을 사진에 담는 것은 중요한 추억을 기록할 기회일 뿐만 아니라 연습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제한된 시간 내에 한 장이 아닌, 수백 장의 훌륭한 보도 사진 스타일 이미지를 촬영하기 위한 리허설인 셈입니다.

X-E4 & XF27mmF2.8 R WR

웨딩 촬영에서 사용하는 카메라와 매우 유사하면서도 성능이 뛰어난 X-E4와 같은 카메라를 휴대한다면 좋은 연습이 될 것입니다(실제로도 X-E4는 웨딩촬영에 백업 카메라로 들고 다니고 일상 사진도 찍을 카메라가 될 듯합니다). 웨딩 촬영을 나가지 않는 동안에도 머리를 맑게 유지할 수 있는 데다, 저와 우리 가족에게도 소중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X-E4 & XF50mmF1.0 R WR

사진가의 삶은 언제나 사진이 기쁨이기보다는 일이 되기 쉽다는 위험이 따릅니다. 다음에 만나는 장면이나 사람이 훌륭한 촬영 기회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를 가방에 둔 채 사진을 찍을 기회를 기다리는 경우가 늘어납니다.

X-E4 & XF27mmF2.8 R WR

저는 사진을 일로만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저와 세계, 개성을 표현하는 매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작고 친숙하면서도 성능이 뛰어난 X-E4는 언제나 휴대할 수 있고 제 촬영 방식과도 궁합이 잘 맞아서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이 저만의 세계를 사진에 담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