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19

Project “FORLORN”: GF80mmF1.7 R WR 에 대한 인상

저는 Ashish Chawla라고 합니다. 순수미술, 패션과 인물사진을 주로 다루는 전문 사진가죠. 후지필름 X-Photographer로 사진가로 활동하면서 최신 기술을 접할 수 있어 유익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제 작업은 만화, 순수미술과 영화에 주로 영향을 받습니다. 어릴 때 스탠리 큐브릭,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같은 감독의 작품을 보고 자라서 그런지 항상 허구의, 영화 같은 스타일의 사진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2000)에서 영감을 얻은 제 프로젝트 ‘FORLORN’에 Fujifilm의 최신 렌즈 GF80mmF1.7을 써볼 기회를 얻게 되어 무척 기대가 컸습니다. 이 촬영에서는 필름 누아르풍의 조명을 썼는데요.

 

GFX100 & GF80mmF1.7 R WR

‘화영연화’라는 작품은 1962년 홍콩을 배경으로 기혼자인 남녀 주인공이 각자 자기 배우자가 외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서로에게 빠지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는 두 주인공의 억눌린 감정을 보여주는데, 두 사람은 채워지지 않는 사랑과 욕망으로 서로의 주변을 맴돌게 되죠. 그래서 외모 면에서도 전형적이지 않은 얼굴의 모델을 섭외하기로 했고, 카메라를 향해 어떤 연약한 면이나 리얼리즘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프로젝트를 무사히 잘 마치기 위해 모델에게 영화의 전반적인 서사를 알려주고 시각적인 어휘도 어떤 것을 쓸지 간략하게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영화 속에서 설명된 상황을 가정하고 감정을 드러내고 표현하도록 지도했죠. 같은 맥락에서 스타일링은 현대적이되 영화의 배경인 1962년 홍콩 느낌을 살짝 내기로 했습니다.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은 당대의 고전적인 느낌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정했고요.

GFX100 & GF80mmF1.7 R WR

고전 시대의 분위기와 풍성한 느낌을 끌어내는 데는 장소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인테리어 역시 빈티지한 장식 소품과 분위기 있는 조명을 써서 테마를 돋보이게 했고요. 촬영장 내에서 전략적으로 일곱 개 위치를 선정했는데, 각각 깊이가 있고 전경과 후경이 잘 어우러지는 곳이었습니다. 이 작업은 GF80mmF1.7의 잠재력을 온전히 시험해보기 위해 마련한 과정인데요. 피사계 심도를 가지고 여러모로 실험해보려는 거였죠. 촬영 시점은 저녁 무렵으로 잡았습니다. 조도가 극히 낮은 조건에서, 장소 특성상 제공되는 주변 조명을 활용해 촬영할 수 있을 테니까요. 덕분에 이미지에 약간 신비롭고 몽환적인 느낌을 더할 수 있었습니다.

GFX100 & GF80mmF1.7 R WR

피사계 심도가 낮은 렌즈 덕분에 모델과 이 장소의 기운이 주고받는 상호작용 같은 것이 아름답게 잘 살아난 것 같습니다. 피사체가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동시에 선명한 광학특성 덕분에 정서와 감정 표현이 두드러졌거든요.

갈망과 외로움이 섞인 사연이 렌즈를 통해 전해지는 낮은 피사계 심도 특유의 낭만적인 느낌 덕분에 생생하게 살아났습니다. 포커스 스펙트럼이 좁으면 사진가나 영화 제작자가 관객의 시선을 유도하는 데 유리합니다. 사진가가, 자기가 보는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는 방향으로 보는 사람의 마음을 정확히 인도할 수 있는 겁니다.

GFX100 & GF80mmF1.7 R WR

‘FORLORN’의 조명은 선명하고 명확한 그림자가 지게 만드는 저조도 기법을 잘 활용해 강렬한 스타일로 연출했습니다. 그 결과 도출된 이미지에 암부 계조, 그림자와 깊은 블랙이 많이 담겼는데, 이런 부분을 극히 밝은 조명을 받은 피사체 바로 옆에 배치하면 무척 풍부한 영화 같은 느낌을 낼 수 있습니다. 촬영 장면의 광도비가 커진 탓에 이미지에는 중간 톤이 굉장히 적었는데요, 덕분에 신비로우면서 극적인 분위기가 났습니다.

GFX100 & GF80mmF1.7 R WR

GFX100의 눈 인식 기능은 조도와 관계없이 GF80mmF1.7 렌즈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포커스 속도가 무척 빨라 사진가가 피사체 주변을 자유자재로 이동하면서도 어떤 표현을 놓치거나 장면과 장면 사이의 포커스를 놓칠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었죠. 마찬가지로, 크리미한 보케를 넣은 이미지의 시적인 유동성 덕분에 초현실적이고 몽환적인 광경이 탄생했습니다.

GFX100 & GF80mmF1.7 R WR

이 기술은 감정 표현에 유리하고, 감정에 중점을 두고 흘러가는 스토리를 구현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됩니다. GF80mmF1.7은 이 카테고리의 렌즈 중에서 단연  AF가 가장 빠른 렌즈입니다. GFX100의 탁월한 IBIS 기능과 함께 사용할 수 있어 무척 흡족했고요. 이렇게 다양한 기술을 조합할 수 있게 되면서 사진가 입장에서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내면의 아티스트가 자유를 얻었고, 조명 조건이라는 제한 사항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었거든요. 포커스 길이가 다양해 인물사진과 패션 사진 작업에 둘 다 좋습니다.

GFX100 & GF80mmF1.7 R WR

GF80mmF1.7은 혁명이에요. 사진가가 자신을 표현할 새로운 시각적 언어를 만들어주었으며, 나아가 라지포맷사진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는 시작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