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1

GFX100S: "Alpine Eagle Foundation" 2장 -적응- x Remi Chapeaublanc

어떤 사진 한 장에 대한 환상을 오랫동안 품고 있으면 마침내 실제로 촬영할 시기가 왔을 때 오히려 위험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꿈꿔 오던 장면이 드디어 실현되었을 때 실망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애초에 왜 그 사진을 그렇게 원했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궁금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제 경우에는 맹금류가 나는 모습을 정교한 미적 감각과 스튜디오 조명을 동원해 촬영한다는 것이 제가 꿈꿔오던 일종의 도전과 같았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시각적인 측면과 기술적인 측면 양쪽 면에 모두 흥미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한 이미지를 실제로 담아보겠느냐는 제안을 받자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죠.

이 프로젝트의 기원을 모르신다면 1부를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 글에서 제가 야생의 환경으로 흰꼬리수리를 돌려보내는 작업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여러 단계의 성장과정을 사진으로 담게 된 사연을 설명했거든요.

Alpine Eagle Foundation의 목표는 130년 전 프랑스에서 사라진 이 독수리를 야생의 환경으로 돌려보내는 데 있었습니다. 흰꼬리수리는 유럽에서 가장 큰 독수리 중 하나로, 그리스부터 노르웨이까지 넓은 범위에서 서식합니다.

1900년대에 인간의 손에 멸종되었는데, Jacques-Olivier에게는 이 새의 생존을 위해 싸우는 것이 어떤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일이 되었습니다. 인간이 사라지게 만든 존재라면, 인간의 힘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는 신념을 갖게 된 것입니다.

탄생부터 어린 새가 되기 까지의 성장과정이 담긴 촬영 사진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이전 회차를 참조하세요.

이번 촬영의 목표는 유조(생후 6개월~4살)와 성조(6살 이상)를 찍는 것, 그리고 스튜디오 안에서 날개를 펴고 나는 새를 촬영하는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을 하는 것입니다.

GFX100S & GF80mmF1.7 R WR

사실 새 촬영은 저의 전문 분야라서, 촬영 첫 부분에는 걱정할 일이 없었습니다. 다만 이렇게까지 어린 새를 찍는 것은 저도 처음이라서 새의 행동을 예측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평소 애용하는 커다란 소프트박스를 동원해 온전히 조명을 밝힌 상태로 새가 자유자재로 자신을 표현하게 두는 방향을 추구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모든 단계를 GFX100S로 촬영했는데요.

이 촬영에 가장 적합한 렌즈는 GF80mmF1.7이었습니다. 인물사진에 탁월한 렌즈로, 부드럽고 정밀한 렌더링이 특징이죠.

GFX100S & GF80mmF1.7 R WR

이 카메라의 장점은, 특히 광고 촬영 프로젝트를 예로 들자면, 화질이 저하될 우려 없이 원하는 대로 파일에 후 작업을 하는 데 필요한 해상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카메라 때문에 작업 방식도 약간 달라지는데요. 사진을 한 장만 찍고도 세로 방향, 가로 방향 모두 필요한 모든 형식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생후 몇 개월 밖에 되지 않은 어린 독수리처럼 예측불허인 피사체를 촬영하면서 아주 흥미로운 점이었습니다. 원하는 자세의 사진을 한 장밖에 못 찍을 수도 있거든요. 확보한 이미지 파일에 제한 없이 작업할 수 있다는 사실은 사진가와 의뢰인의 편의를 위한 큰 장점입니다.

GFX100S & GF80mmF1.7 R WR

특히 비행 사진을 찍을 때는 이 세팅이 더욱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새의 비행 경로를 우리 마음대로 조정하거나, 촬영 중에 카메라와 피사체와의 거리도 의지대로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왜곡없는 광활한 시야의 초광각 렌즈 GF23mmF4를 선택했는데요. 센서의 해상도를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필요 이상의 넓은 프레임으로 촬영하고, 최종 프레이밍을 작업 후에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은 프로 작가로서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장점입니다.

이 비행 장면 촬영의 경우 기술적인 면에서 정말 복잡한 일이었습니다. 조명으로 말할 것 같으면, 움직이는 새를 찰나에 포착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조명을 확보해야 했고 동시에 새의 몸 전체를 넓게 비추어야 하니 빛의 양도 무척 많이 필요했죠.
사진이라는 분야에서 GFX100S의 성능과 이 모델의 반응성을 시험해볼 기회였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을 놓칠 가능성이 있는 고속연사 등은 생각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중요한 건 카메라와 사진가의 관계에 달렸죠.

GFX100S & GF23mmF4 R LM WR

몇 번의 시험 비행을 거친 뒤, 팀 전체가 금세 완벽한 조율 방식을 찾아냈답니다! 첫 촬영이 시작되고, 30분도 되지 않아 팀원들 모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기술적인 테스트를 무사히 끝낸 뒤, 드디어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고 새의 몸에서 젓갖(두 발에 각각 잡아매는 가느다란 가죽끈)을 뗄 순간이 되었습니다.

젓갖이란 개를 훈련할 때 쓰는 목줄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사람과 동물 사이의 연결 고리 같은 거죠. 아주 부드러운 캥거루 가죽으로 만들어서 새가 움직일 때 거슬리지 않게 제작합니다. 일단 젓갖만 떼어주면 새는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고 원한다면 떠날 수도 있습니다.

바로 이 순간에 Jacques-Olivier가 그간 해온 일의 훌륭한 성과가 드러나는 것입니다. 즉 그가 새를 돌보면서 쌓은 관계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죠. 사진가, 매 다루는 사람과 독수리, 기술팀이 모두 서로를 믿어야만 이 섬세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랫동안 꿈으로만 꿔왔던 바로 그 사진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이 더없이 뿌듯하고 말할 수 없이 기뻤습니다. 날개를 활짝 편 흰꼬리수리가 나는 모습을 제 새 사진 작품 특유의 미적감각을 담아 포착했어요.

이 사진은 아직 일반 대중에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공개되는 그날 사진의 탄생에 얽힌 놀라운 이야기가 보는 이에게도 잘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GFX100S & GF23mmF4 R LM W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