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pine Eagle 재단 –알과 새끼 새 – 1부
저는 비교적 어릴 나이인 13살 때 사진이라는 분야를 접했습니다. 아버지께서 아마추어 사진가셨거든요. 그렇지만 그 당시만 해도 저는 사진이라는 것이 진정으로 열의를 품을 대상이 될 거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습니다.
의료 영상 기사가 되려고 학업을 마치고도 한참 지난 시점에 와서야 사진이란 것이 제 인생에 아주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직장을 그만두고 필름 카메라 한 대, 중형 필름을 들고 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이때부터 중형 카메라에 대한 뚜렷한 애정이 생기게 되었죠.
다만 실제로 프로 작가로서 디지털 장비를 갖추기로 마음을 먹고 보니 그 정도로 큰 센서는 감당하기 어려웠고, 일상적으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느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좋아하는 중형이 아니라 풀 프레임을 택하기로 했죠.
이렇게 해서 제가 몽골에서 처음 작업한 연작 사진 작품인 “Gods and Beasts”를 촬영하게 되었습니다. 이 시리즈가 다소 성공을 거두었고, 특히 이 검은색 배경의 독수리 사진 한 장이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완벽하게 나타낸 사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과 동물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응사꾼(매를 기르고 부리는 사람)인 Jacques-Olivier Travers가 이 사진을 보고 반해서, 우리 두 사람은 이후 많은 프로젝트에서 함께 일하기로 했습니다. 새의 사진을 찍는 프로젝트는 이미 2017년부터 구상해서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인데요. 당시에는 GFX50S를 사용했습니다.
중형 디지털카메라를 처음 사용해본 소감은 이루 말할 데 없이 기뻤다는 것입니다. 저는 드디어 렌즈와 대형 센서가 실현하는 화질 그리고 정밀함을 재발견한 것 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심리적인 장애물을 다 극복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카메라를 100% 믿고 촬영 기법에서 주의를 거두려면 거쳐야 하는 단계죠. 특히 매우 빠르고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오토포커스 기능을 온전히 믿는 법을 배워야 했습니다. 기동성을 제한 받지 않으면서 동물을 촬영하려면 이런 기능이 필수적이거든요.
이럴 때 GFX100S가 등장했습니다. 크기 면에서나 속도 면에서나 제가 전에 쓰던 풀프레임 카메라에 견줄 만한 데다, 중형 센서의 탁월한 품질까지 더해진 모델이었죠! 약간의 참을성을 갖고 사용해보니 제 꿈이 드디어 이루어졌습니다. 프로 작가로서 마음에 드는 중형 디지털카메라를 갖춘 것입니다. 가격 면에서도 큰 부담이 없고, 카메라 성능 면에서도 뒤떨어지지 않더군요.
Alpine Eagle 재단은 흰꼬리수리를 프랑스의 서식지로 돌려보내는 작업에 주력하는 자선 재단입니다. 흰꼬리수리는 물고기를 먹이로 삼는 맹금류의 일종으로, 주로 인간의 사냥 때문에 약 200년 전에 유럽에서 멸종된 새입니다.
Jacques-Olivier가 아주 어릴 때부터 이 독수리에 무척 열의를 쏟아 왔는데, 인류로 인해 사라지게 되었다면 사람의 힘으로 서식지에 돌아오게 만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8년 동안 꾸준히 애쓴 결과, 스위스의 보석 브랜드 Chopard의 도움을 받아 이 재단을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드디어 처음으로 어린 새들을 야생의 서식지에 돌려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Jacques-Olivier에게 재단에서 사용할 홍보용 사진을 촬영해달라고 부탁 받았을 때 너무나 영광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에서 GFX100S가 이상적인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깨달았죠.
이번 의뢰는 기본적으로 흰꼬리수리의 단계별 성장과정을 각각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 골자였는데요. 여기에 저만의 독특한 그래픽 스타일을 담아, 보는 이의 감정을 자극하는 검은색 배경으로 피사체를 포착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알부터 어린 새가 여러 단계의 성장 과정을 거쳐 가며 다 자란 새가 독립해서 나는 모습을 포착하기란 분명히 까다로운 일이었습니다. 우리끼리의 얘기지만, 다 자란 새가 창공을 나는 모습을 담는 마지막 사진은 생각만 해도 쉽지 않겠다는 감이 왔죠.
하지만 이 일은 장기 프로젝트이고, 맨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니 우선 탄생 장면부터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새끼 독수리가 태어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지켜본다는 특별한 기회를 얻었습니다. 즉 상황에 극히 기민하게 반응하고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여기서 장비의 무게와 크기 면에서의 장점이 큰 역할을 합니다. 아주 가볍고 기동성이 좋은 세팅 덕에 하루에도 몇 번씩 부화실에 돌아가 어린 새들을 짬짬이 찍을 수 있거든요.
새가 태어나는 데는 24시간에서 72시간까지 걸립니다. 알을 부화기에서 몇 분 이상 꺼내놓으면 절대로 안 돼요. 열이 떨어지면 새끼가 금방 죽을 위험이 있거든요.
동시에 갓 태어난 어린 새들도 찍었습니다. 태어난 지 10일에서 20일 된 아이들이었죠. 보시는 것처럼 새끼 새들은 참 빨리 자랍니다. 일주일도 못 되어 닭만 한 크기로 성장했어요.
다만 겉으로 보기에는 튼튼해 보여도 실제 사정은 다릅니다. 아직 근육이 온전히 발달하지 않아서 몇 초 이상은 똑바로 서 있기 힘들 정도죠. 보통은 새끼들을 위해 만든 인공 둥지에 누워서 자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여기서 GFX100S의 오토포커스 기능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흥미로운 자세를 포착하려면 반응성이 극히 뛰어나야 합니다. 또한 이렇게 어린 아기는 매우 연약하여 자세를 잡기가 어려웠죠. 제 조수 Elissa가 저희가 원하는 자세를 잡는 데 큰 공을 세웠어요.
이 사진 작업에 GFX100S를 선택했다는 게 정말 뿌듯합니다. 이 멋진 모델들과 또 촬영할 날이 기다려져서 마음이 정말 설레네요!
이번 프로젝트는 새의 일생을 테마로 잡고 있어, 여러 차례 촬영 세션을 거치게 될 것입니다. 나머지 과정도 이 홈페이지에서 소개할 테니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