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14 Mindy Tan

GFX100S: Hair of Power and Grace x Mindy Tan

Mindy Tan

Mindy Tan은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한 다큐멘터리 및 상업 사가로서, 의 전문 분야는 사람들을 촬영하는 것입니다.
신문 기자로 경력을 시작했으며 뉴스,이민 노동과 지역 사회 문제를 다루면서 2007 년 인권 보고서에서 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2008년부터  펜 대신 카메라를 들고, 전업 사진가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Mindy Tan의 작업은 라이프 스타일에서 다큐멘터리 및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그녀는 2008 년 베이징 장애인 올림픽, 싱가포르 F1 나이트 레이스, 청소년 올림픽 2010 및 WTA 챔피언십과 같은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싱가포르 관광청, Microsoft 및 Uniqlo, Reuters Plus, AP 통신, Die Zeit 및 Focus 매거진과 일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거리 사진과 북한을 촬영한 사진은  The Guardian, The Sun, Ouest France 및 Hong Kong의 Photonews 摄影⽇日报에 실 렸습니다.

Mindy Tan은 최근 이탈리아의 모터 밸리 전시회의 의뢰를 받았습니다.

MORE THAN FULL FRAME: 리셋과 재발견

지난 2020년 4월, 봉쇄령이 내려진 후부터 저는 제 머리카락을 직접 자르게 되었습니다. 온 세상에 긴장감이 팽배했어요. 작업은 취소되고, 집에서 나가는 것조차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될까 겁이 나 미용실 같은 곳은 당연히 문을 닫은 상태였죠.

처음에는 몇 센티미터 정도만 다듬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다 점차 대담해지고, 참을성이 없어졌죠. 스트레스를 받거나 심심할 때마다 제 머리카락을 1인치씩 자르기 시작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어깨 아래로 떨어지던 긴 머리카락이 뒷덜미 길이로 짧아졌습니다. 훨씬 가벼워진 기분이 들었어요. 마치 세상의 복잡하게 얽힌 부분을 잘라내 버린 것 같았습니다. 치유 효과가 있더라고요.

GFX100S & GF63mmF2.8 R WR

9월이 되면서 거리 두기 규정이 완화됐고, 머리는 엉망이길래 Chester네 미용실에 가서 살짝 손을 보기로 했습니다. 그때 머리카락을 자르면서 공동작업에 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Chester는 일상적으로 예약을 받아서 하는 일의 범위를 벗어난, 예술적인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싶어 했어요. 저는 제 마음 상태를 반영해 참선 분위기의 조용한 영화를 구성해 감독해보는 데 도전하고 싶었고요. 하지만 여건이 맞지 않아서 처음 말이 나왔을 때는 구체적으로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흐지부지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몇 달 뒤 후지필름에서 GFX100S프로젝트를 제안해 왔을 때 기회가 와서 제  아이디어를 제출했죠

GFX100S & GF80mmF1.7 R WR

콘셉트의 내용과 사진 뒤에 숨은 의도가 최종 이미지의 시각적인 톤을 정할 가이드라인이 되어주었습니다. 이런 의도가 있기 때문에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에 관한 전문적인 요소가 완화되었는데요. 이제는 “어떻게”보다 “왜” 그렇게 만들어야 하는지 등에 초점이 옮겨갔기 때문입니다.

 

사진 실력을 키우는 출발점은 의도를 예리하게 다듬으면서, 동시에 “왜”와 “어떻게”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입니다.

 

“머리카락이 뭐 그렇게 흥미로운 주제라고?” 몇몇 친구가 제게 물었습니다.

후지필름과 “More than full frame”을 테마로 하기로 하고, 프로젝트에 착수했습니다.

제 머릿속에서 “More than full frame “이란 하나의 분위기였습니다. 픽셀이나 머리카락이라는 주제 그 자체가 아니라, 큰 틀을 뛰어넘는, 여성의 승리를 표현했습니다. 아주 개성이 강한 분들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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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 Jasmine과 Chomar는 머리카락이 아니라 성격을 보고 뽑은 모델이었습니다.

Jade는 제가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하던 인테리어 디자이너입니다. 업데이트 과정을 쭉 지켜봤죠. 그래서 헤어 스타일을 여러 번 바꿔 왔고, 일정 기간 실험도 시도해보고 트라우마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Jade라면 기꺼이 자기 이야기를 나눠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희는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지만, 메시지를 보냈더니 곧 대화를 트게 되었습니다.

GFX100S & GF63mmF2.8 R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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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mine의 경우 전에 광고 모델로 잠깐 촬영한 적이 있었어요. 촬영하러 스튜디오에 들어왔을 때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는데도 첫인상이 강렬했죠. 태도가 남달랐던 것 같아요. 이 프로젝트를 논의하기 위해 만났을 때 Jasmine은 삭발할까 생각 중이라고 했고, 이 프로젝트가 절호의 기회인 것 같다고 했습니다. 카메라 앞에서 해보기로 한 거죠. 그렇게 대담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사람이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데, 프로젝트에는 정말 큰 선물과 같은 일이었습니다.

GFX100S & GF63mmF2.8 R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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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mar는 Chester의 손님입니다. Chester에게 전해 들었는데, 머리카락 숱이 많아서 커다란 실루엣으로 스타일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죠. 이 모든 요소의 시각적인 가능성에 기대감이 크게 부풀어 올랐습니다. 어느 일요일, 제가 Chomar의 집에 직접 찾아갔는데 거기서 Chomar의 반려 새인 Paeches를 만났어요. 조금 캐물어 본 결과 Peaches가 Chomar의 머리카락 속에 숨는 걸 좋아한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근사한 그림이 나오겠는데? 그렇게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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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이 세 여성분은 각자의 뚜렷한 개성과 사연이 있는 분들입니다. 서로 무척 다르고, 매우 다른 삶을 살아왔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머리카락과 관련해 겪어온 경험을 듣다 보니 세 사람 모두 살면서 비슷한 상황을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셋 다 스스로 리셋하고 자신을 재발견하며 조율할 기회를 찾고 있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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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사진가란 거리에서 촬영하지 않더라도 거리 사진 특유의 촬영 태도는 버리지 못하는 법입니다. 이 단편 영화를 촬영하면서 저는 거리 사진을 찍을 때와 같은 방식을 취하기로 했습니다. 주어진 장면에서 흥미로운 요소를 모두 모아 한 프레임 안에 구성하는 것입니다.

아직 제작 전인 이 단계에서는 여러 가지 요소를 접했습니다. Chomar의 반려 새, Jasmine의 삭발한 민머리, Jade의 홈 오피스와 스타일 등을 확인했죠. 이런 의외의 요소를 제게 유리하게 활용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모든 것을 연결해 영화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긴 프레임을 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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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거리 사진이란 초 단위로 완성되는 장르입니다. 영상물 기획은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리죠.

스토리에는 방향이 잡혔지만, 모든 각도에서 곁눈질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유연성을 확보해야 했습니다.

공동작업과 촬영 팀

촬영 팀의 Zechary Guay(와이드샷, 이동 샷 촬영)와 X-photographer인 Derrick Ong(클로즈업, 슬로모션 촬영)은X-T4의 Eterna 필름 시뮬레이션을 사용했습니다. 저는 사진과 영상 촬영에 둘 다 GFX100S의 Nostalgic Negative 필름 시뮬레이션을 사용했고요(현장에서 바로 촬영). 작업하는 내내 Movie와 Still, IBIS 모드를 금방 전환할 수 있는 스위치 버튼이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GFX100S를 손에 들고 찍으면서 Still과 Movie를 전환할 때도 짐벌을 가져오려고 손을 뗄 필요가 없었거든요.

후반 작업 때는 X-T4의 Eterna 색감과 GFX100S의 Nostalgic Neg 특유의 온화한 빛을 맞춰보려 했습니다. 세 사람 모두 최대한 색온도를 조화롭게 맞춰보려 한 것이죠.

Chester는 스타일리스트 겸 헤어 디렉터 역할을 맡았습니다. 다른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샘플링하여 서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보기도 했죠.

GFX100S & GF80mmF1.7 R WR

무드보드를 사용해 제 아이디어를 팀원들에게 전달해 모두가 비슷한 비전을 그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카메라 무브먼트, 프레이밍, 조명과 슬로모션 등에 구체적인 지침을 정해놓았어요. 전부 생생한 아이디어였기 때문에 낱말, 스케치와 다른 사진을 활용해 제가 그리는 비전을 설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마치 물을 틀에 넣어 모양을 빚어내려 하는 것 같은 과정이었어요.

작업 전의 마지막 난관은 촬영 팀과 모델의 일정, 후지필름에서 제시한 마감 기한까지 고려해 촬영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었습니다.

GFX100S & GF80mmF1.7 R WR

실내에서 촬영했는데도 날씨를 고려해야 했고요. 예를 들어 매일같이 열대성 폭우가 퍼붓고 천둥소리가 시끄러워 Jasmine의 자택에서 인터뷰를 녹화하는 데 난항을 겪었어요. 결국은 잠시 작업을 중단해야 했고요.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데 5주가 걸렸습니다. 그중 절반은 편집 작업에 소요했는데, 개인적으로 편집 작업이 가장 어려웠어요. 유동적인 아이디어를 순서에 따라 구성해야 하는 과정이니까요. 촬영 분량은 정말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다 써서는 안 되죠. 시청자가 내용, 스토리를 받아들일 때 편집이 아주 큰 역할을 하거든요. 일주일을 편집에 전념하고 나니 1차 편집본 분량이 30분을 조금 넘기더군요. 최종 편집본은 13분 길이로 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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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진가로서 이 과정을 거친 덕분에 그저 사진을 찍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사진을 제작하는 과정을 심층적으로 탐구하게 된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마치 케이크 재료를 섞기 전에 제일 좋은 재료를 공수하기 위해 충분히 시간을 들이는 제빵사처럼 말이에요.

Nostalgic Negative 필름 시뮬레이션의 New American Colour 사용 소감

저는 Fujifilm의 새로 나온 Nostalgic Negative 필름 시뮬레이션의 첫 사용자이자 테스터로서 1970년대 초반에 출현한 “뉴 아메리칸(New American)” 컬러 사진작가에 관해 공부해보았습니다.

새로 나온 이 필름 시뮬레이션은 주황색, 노란색 색조에서 특히 돋보이는 온화한 빛과 생기가 특징적이라 피부톤을 살리는 데 아주 탁월합니다. 이 색상판이 고해상도 센서의 조밀한 감도와 이루는 조합이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색 포화도가 높지만 부드럽고, 그러면서도 파스텔 톤은 아닌 사진이 나와요. 이런 색조는 William Eggleston이 잘 쓰는 색상과 아주 비슷하죠.

약간의 맥락 정보를 드리자면, 70년대 초는 흑백 사진이 대세였던 시기입니다. 필름에 색을 착색하는 기술이 아직 불안정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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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색은 흑백”이라는 Robert Frank의 말이 있죠.

Walker Evans는 “컬러 사진은 천박하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고요.

당시 컬러 사진은 사진의 보존과 보전에 불리한 선택이었기 때문에 컬러 사진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사진은 공식적으로 기록을 위해 쓰이는 매개체였고, 오락용으로도 가끔 쓰이는 정도였습니다.

70년대 컬러필름으로 사진을 찍으려면 사진가는 신념과 열정을 품고, 위험과 일탈을 무릅써야 했을 것 같습니다. 금전적인 여유가 없더라도 실험을 위한 비용을 감당해야 했으니  일종의 화려함을 뽐내는 일이기도 했을 테고요. 그런 사회적 지위 탓에 사진가가 프레임 안에 담을 피사체를 선택하는 데 영향이 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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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gleston이 택한 피사체는 자동차, 표지판이 대부분이었고 때로는 여유로운 인물사진도 찍었습니다. Eggleston의 가장 유명한 사진 중 하나인 “The Red Ceiling”은 친구가 살던 아파트 천장을 찍은 것인데, The Observer 지에서는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미묘한 위협적인 느낌”이 든다고 평했습니다.

세상을 이미지로 포착해 인쇄할 때 여전히 흑백이 대세인 시기였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70년대 뉴 아메리칸 컬러가 전환점이 되어 컬러라는 완전한 신세계가 부각되는 십 년간의 시작을 열었습니다. 2021년인 지금, 이 필름 시뮬레이션은 바로 그 시대의 정수를 모델로 삼아 구현한 것입니다.

GFX100S & GF80mmF1.7 R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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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필름의 색에 담긴 역사성 덕분에 제 작업에 일관된 컬러 비전을 만들고자 하는 과정이 즐겁게 느껴졌고, 스토리를 부여할 수 있었습니다. 장담하는데, 일관성이란 조도가 다양한 여러 곳에서 촬영할 때 지켜내기 정말 까다로운 특징입니다.

이미지 편집을 통해서도 새로 나온 필름 시뮬레이션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촬영과 후반 작업은 제대로 된 사진 작품을 완성하려면 반드시 숙달되어야 하는 과정입니다.

저는 연구를 위해 Raw와 JPEG 형식 두 가지 모두로 촬영했습니다. 후반 작업 때 두 파일의 노출을 줄였다 늘렸다 하며 프레임에 맞춰본 결과, 노출값(stop)을 늘리거나 줄이면 색조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카메라 내에서(JPEG 파일) 제작했을 때와 편집 소프트웨어로 작업했을 때 색상의 풍부한 느낌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알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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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stalgic Negative는 후지필름에서도 처음 선보이는 모드라서, 오랜 시간을 들여 사진을 이리저리 만져보면서 저 자신이 색상판을 내면화하고 외울 수 있는 방식으로 작업해보았습니다. 각각의 시뮬레이션을 통달하고 제대로 숙지하려면 ISO, 색온도를 다양하게 달리해 가면서 색상이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 표시해보며 방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셔터를 누르기 전에 아는 것이 관건이죠. 제가 카메라로 그려내고자 하는 빛의 종류가 무엇인지 다시금 상기하게 해주거든요. 이렇게 하면 촬영하기 전에 사진을 마음속으로 그려보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런 종류의 두뇌 노동은 참 재미있는 일일 수 있어요. 열정이 담겼으니 영감을 자극할 수도 있고요.

후지필름은 역사 속의 어느 시점 중 지금과 연결 지을 수 있는 순간을 참조해 시뮬레이션을 내놓는다는 점이 참 마음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