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09

GF20-35mmF4 R WR: 풍경 사진 x Adam Gibbs

캐나다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상징적인 이미지는 뭘까요? 웅장한 캐네디언 로키? 대초원 위로 펼쳐진 광활한 하늘? 아니면 나이아가라 폭포의 위압감? 1979년 제가 캐나다로 이민 오기 전에 제가 처음 떠올린 대표적인 명물들입니다. 알고 계셨나요? 캐나다, 특히 캐나다 서부 해안은 세상에서 가장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온대강우림입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서부 해안에는 북미에서 가장 수령이 오래되고 큰 나무도 있습니다. 밴쿠버섬 서쪽 해안에 자라는 이 나무들은 복잡한 생태계의 일부분을 이루며 가깝고 먼 주변 지역의 동식물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연어가 태어나는 개울, 강, 주변을 둘러싼 바다까지 모두 이 나무를 포함한 세상의 일부입니다. 오래된 온대 삼림은 온갖 형태의 생물체가 이루는 복잡한 거미줄처럼 건강한 환경을 이루고 촉진하는 역할을 합니다.

GFX100S & GF20-35mmF4 R WR

저는 지난 2020년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하나 추진해 특히 주로 밴쿠버섬 서쪽 해안에 자리 잡은 이 나라에 남은 마지막 고목 숲을 둘러보고, 이런 우림의 복잡한 생태를 기록으로 남겨보기로 했습니다.

매혹적이고, 까다롭고, 여러 면에서 속상한 프로젝트였습니다. 매혹적이었던 이유는 전에는 몰랐던 우림의 복잡한 면모를 정말 많이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복잡함 때문에 사진으로 담기 까다로운 숲이기도 합니다. 우림은 본래부터 혼돈과 혼란의 덩어리입니다. 어떤 구성 요소든 단순하게 뭉뚱그리기란 좋게 말해도 ‘어려운’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속상했던 까닭은, 브리티시 컬럼비아에는 이제 고목 숲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은 지난 150년 사이에 벌목에 희생되었습니다.

GFX100S & GF20-35mmF4 R WR

이 풍경 속에서는 디테일과 미묘한 색의 뉘앙스가 핵심입니다. 특히 고목 숲의 정교한 디테일을 살리는 것이 관건이었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에는 후지필름 GFX100S 카메라를 사용해 왔습니다. 저는 GFX 시스템을 몇 년째 사용해온 유저입니다. 처음에는 GFX 50R부터 시작해 GFX100으로 바꿨다가, 마지막으로 GFX100S에 정착했죠. GFX 시스템은 사용하기 좋고, GF 렌즈는 품질이 탁월합니다.

저는 장비 무게 때문에 늘 고생하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나이는 매년 먹는 데다, 주로 혼자 작업하는 편이다 보니 혼자서 50파운드 무게의 장비를 짊어지고 다니는 것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새로 나온 GF20-35mm f/4 렌즈를 손에 넣게 되어 아주 반가웠습니다. 이 렌즈는 전 세대 23mm 표준 렌즈보다 화각만 넓은 것이 아니라, 무게도 전보다 가볍습니다. 이전에 주로 사용하던 렌즈 라인업은 23mm f/4, 32-64mm f/4, 45-100mm f/4와 100-200mm f/5.6인데, 이제 23mm와 32-64mm 대신 20-35mm로 대체해 카메라 팩에서 무게를 좀 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GFX100S & GF20-35mmF4 R WR

새 장비를 써본다는 것은 늘 즐거운 일이죠. 당연히 맨 처음 테스트할 대상은 선명도와 사용 편의성입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GF20-35mm는 촬영 거리를 가장 넓게 잡고, 가장 긴 길이로 설정해도 한쪽 코너에서 반대편 코너까지 선명합니다.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피사체로부터의 촬영 거리가 가깝다는 점입니다. 접사 촬영과 광각 렌즈는 좀처럼 관여하지 않는 영역이지만, 상황에 따라서, 예를 들어 다른 선택지가 없이 곤란한 경우에는 광각 렌즈를 써서 화각을 넓게 잡고 가까이 다가가서도 최대한 모든 것을 프레임 안에 담으려 할 때가 있습니다.

전에는 중형 카메라용 광각 렌즈는 주로 표준 렌즈에만 국한되었습니다. GF20-35mm는 GFX 라인을 보강하는 반가운 신제품으로, 풀프레임 센서의 16-28mm와 대략 비슷한 길이입니다. 따라서 중형 카메라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촬영 조건, 특히 풍경 사진에서 GF20-35mm가 라인업에 합류한 것이 반가운 일입니다. 그런데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고목 숲과 같은 삼림 지대에서는 과연 성능이 어떨까요? 처음에는 숲속에서 광각 렌즈로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불안했습니다.

GFX100S & GF20-35mmF4 R WR

삼림 지대에서 광각을 쓰는 게 싫은 건 아닙니다. 단지, 광각은 좀 덜 혼란스러운 구성으로 용도를 제한하는 편입니다. 더 많은 사물을 더할수록 장면을 간결하게 연출하는 데 역효과를 낳기 때문입니다. 구성을 간소화하려 하는 경우, 보통 GF32-64mm나 GF100-200mm와 같이 줌인을 통해 어수선한 느낌을 덜 수 있는 렌즈를 애용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종의 도전을 감행하는 셈이었고, 동시에 숲을 좀 더 넓은 시야로 담아내면 피사체를 색다른 접근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삼림 지대를 촬영할 때 당연한 기본 선택지로는 이런 장면을 일종의 거대한 풍경 사진으로 여기는 방안이 있습니다. 제 경우 풍경 사진을 찍을 때 보통 광각 렌즈를 사용해 보는 사람의 시선을 배경으로 끌어들일 탄탄한 전경을 찾습니다. 이 방식은 대부분의 풍경 사진가라면 친숙한 방식이고, 풍경 사진의 초창기부터 애용되어 온 고전입니다. 강렬한 전경은 전경의 관심사로부터 멀리 떨어진 배경을 이어주는 튼튼한 다리 역할을 합니다. 광각 렌즈는 전경을 과장하는 경향이 있기도 합니다. 특히 피사체와 작가의 거리가 가까운 경우 극적인 느낌이 나죠.

GFX100S & GF20-35mmF4 R WR

이번 숲 사진 연작에서는 풍경 사진 촬영 방식을 활용해 고사리를 주된 전경으로 삼아 이 장면의 나머지 부분으로 시선을 이끌 길을 내주는 역할을 맡겼습니다. 광각 렌즈를 사용할 때 본질적인 문제 중에는 화각이 대표적입니다. 광각에는 워낙 많은 것이 포함되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서 번잡한 장면을 꼼꼼히 살펴보고 최대한 간소화하여 제가 원하는 구성에 꼭 필요한 것만 남긴 다음에 셔터를 눌러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이 방식을 사용해서 얻어내는 이미지 중에는 전경이 장면의 나머지 부분과 잘 연결되는 이미지가 가장 성공적인 경향이 높습니다. 말하자면 어차피 압도적인 전경이 장면의 나머지 부분으로 이끄는 튼튼한 입구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이 역할을 제대로 못 해내면 이미지가 무너질 확률이 높습니다.

GFX100S & GF20-35mmF4 R WR

또 한 가지, 제가 예상하지 못한 GFX 시스템의 면모는 제가 카메라에 내장된 크롭 도구를 애용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쇼트를 설정하면서 카메라 안에서 바로 크롭한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저에게는 아주 유용한 추가 기능이었습니다. 전에는 보통 이미지를 여러 장 촬영한 다음, 나중에 라이트룸에서 이어 붙이곤 했거든요. 그 작업 자체는 쉽지만, 1억만 화소를 다룰 수 있다 보니 굳이 사진을 여러 장 찍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파노라마 장면을 찍고 싶은 경우 65×24나 16×9 크롭으로 바꾸기만 하면 한 방에 원하는 이미지가 나옵니다. GF20-35mm를 쓰면서 전에 없이 파노라마 사진을 많이 찍었습니다. 삼림 지대 풍경 사진에는 파노라마가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GF20-35mm 렌즈를 반납해달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이 렌즈는 제게 창의적인 선택의 폭을 넓혀준 제품입니다. 정식 출시가 되자마자 바로 제 키트에 넣을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