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tanced individuals on LA street

X-T5 x Rinzi Ruiz -Chasing Shadows

2022.11.15

Rinzi Ruiz 씨의 LA 인물사진은 누아르풍 맞춤 설정이 가미되어 우울한 고립 속에 담긴 쓸쓸한 조각들이 돋보입니다. 여러 면에서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 후 생활을 떠올리게 하는 암울한 이미지입니다.

빛과 어둠을 극적으로 대비시킨 기법을 일명 ‘키아로스쿠로’라고 합니다. 르네상스 회화의 우울한 고색에서 빌려온 이런 기풍은 전후 미국의 소위 ‘필름 누아르’의 대표적인 특징입니다. 기울어진 앵글, 과장된 그림자로 한 시대를 표현한 이 장르는 광범위한 분쟁의 종말과 널리 퍼진 환멸감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거친 느낌의 이미지를 정립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그러한 정서가 또다시 대중의 의식 속에(어쩌면 불가피하게도)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년의 여파를 가로지르는 건 우리 모두가 고전하는 일이고, 여러 가지 의미로 누아르의 언어만큼 이 중대한 분수령과 같은 순간에 어울리는 표현 방식도 없을 것입니다.

Rinzi Ruiz 씨는 최근 X-T5와 함께 자기만의 창작 여행을 시작하며 그러한 어법을 채택했습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흑백 거리 사진으로 유명한 사진가로, ‘다크 필름’의 발상지인 LA는 창의적으로 격려도 되고, 이상적인 배경이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이미지를 만들 때 여기에 빛이 떨어지는 방식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아주 약간만 변경해도 정말 근사한 결과를 얻을 수 있거든요.

Photo 2022 © Rinzi Ruiz| FUJIFILM X-T5 and XF56mmF1.2 R WR, 1/800 sec at F8, ISO 160

무의식적인 것 같아요. 당시 제가 겪고 있던 심리 상태와 직결되죠. 이 경우, 특히 팬데믹이라는 맥락에서 그런 고독에 어필하는 사진입니다.” Rinzi 씨의 설명입니다.

Rinzi 씨는 대부분의 일정을 혼자 소화하며, 조수나 보조를 고용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지금은 나이 드신 아버지도 혼자 돌보고 있는데, 가족으로서의 의무와 업무량이 많은 커리어에서 오는 압박감의 균형을 잡는 중입니다.

많은 것이 요구되어 힘겨운 나날일지 몰라도, Rinzi 씨는 사진을 자신의 감정을 외면화하는 치료 도구처럼 사용하며 사진에 기대는 법을 익혔습니다.

Photo 2022 © Rinzi Ruiz| FUJIFILM X-T5 and XF33mmF1.4 R LM WR, 1/500 sec at F8, ISO 160

“다 밖으로 표출해서 안에서 곪지 않게 하려고 노력해요.” Rinzi 씨가 설명했습니다.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자기 안의 그런 부분을 보내주는 것 말이에요.”

어둠은 그 자체로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드문드문 서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과 비교해 더없이 작아진 피사체가 한 덩어리 약한 조명 속에 외롭게 실루엣만으로 포착됩니다. 서두르는 듯한 자세이기도 하고, 생각에 잠긴 것 같은 포즈도 있습니다.

Rinzi 씨가 촬영하는 미지의 피사체는 어스름한 도심 속 우화에 나오는 취한 탐정처럼, 지금의 시대정신을 투영한 존재로 읽을 수 있습니다. 봉쇄 기간 모두가 느낀 기분을 체화하는 얼굴 없는 아바타 같은 존재입니다. 달리 말하면, 창작자의 머릿속을 직접적으로 반영한 친밀한 이미지이기도 합니다.

“이 모든 샷들은 극히 의도적으로 타이밍을 잡았습니다. 제 인생의 여러 측면을 한꺼번에 균형을 잡아야 하게 돼서, 다소 허둥지둥 정신없이 서두르고 있었거든요. 어쩌면 그래서 서두름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기로 한 것일지도 몰라요.”

디캐러바, 메츠커, 케르테츠 등 대가의 스타일을 참고한 Rinzi 씨의 흑백 스타일링은 흑백 사진이라는 매체에 처음 매료된 면모를 완벽하게 보여줍니다. 단순한 그림자와 대비를 이용해 날것의 도시 생활을 담아낸, 신랄하고 단순한 스냅 촬영이죠.

Photo 2022 © Rinzi Ruiz| FUJIFILM X-T5 and XF50mmF2 R WR, 1/2500 sec at F5.6, ISO 320

“흑백은 깊이와 분리감을 표현해줍니다. 빛으로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곳을 밝히고, 나머지는 그림자가 전부 감춰주죠.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요소를요.” Rinzi 씨의 말입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전자식 뷰파인더가 없어서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미지를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실험을 해봤어요.

그러다 결국은 몇몇 기법을 사용하면 제가 목적한 바를 이루는 데 유리하다는 걸 깨달았고요. 1/500초로 동작을 포착할 수 있어요. LA의 조명에는 ISO 200이 도움이 됐고요.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고된 과정이었지만, 둘 다 지금까지도 애용하는 트릭입니다.”

오랫동안 후지필름과 함께 활동해온 Rinzi 씨는 X100부터 시작해 결국은 X-T 라인으로 전환했습니다. 5개 세대를 거치면서, 본인의 능력과 함께 카메라가 발전한 방식도 활용해 의도를 표현할 방법을 찾는 데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Photo 2022 © Rinzi Ruiz| FUJIFILM X-T5 and XF56mmF1.2 R WR, 1/3200 sec at F5.6, ISO 160

“X-T5는 이전에 나온 것 모두를 아울러 완벽하게 정제한 결과물입니다. 저는 저 자신도 지난날의 모든 것이 정제된 존재라고 생각한답니다!” Rinzi 씨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새 빌드가 제 손에 딱 맞아요. 새 모양새도 마음에 들고요. 거리에 나갔을 때는 최대한 빨리 집중해서 순간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이 모델은 오토포커스가 무척 빠릅니다. 눈동자, 얼굴, 사물 인식 기능도 굉장히 큰 도움이 됐어요. 기가 막히게 잘 작동하더군요.”

작가 겸 감독인 폴 슈레이더는 1972년에 저술한 에세이 ‘Notes on Film Noir’에서 필름 누아르라는 장르를 물에 ‘거의 프로이트적으로’ 집착하는 장르라고 특징지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조차, 텅 빈 거리는 거의 항상 저녁에 갓 내린 빗물로 촉촉이 빛난다.’라고 서술했죠.

Rinzi 씨는 이 개념을 낮은 앵글로 기막히게 재현하여 이른 아침에 고인 물웅덩이와 그에 비친 이미지를 환상적인 일러스트레이션처럼 기록으로 남깁니다. 이 경우, 조절식 팝아웃 LCD 덕분에 기막힌 구성을 아주 간단한 작업으로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LCD 스크린은 정말 최고예요. 전체적으로 훨씬 확대된 것 같은 느낌이거든요. LCD를 사용하면 아주 낮은 위치로 앵글을 낮추면서도 사방이 전부 눈에 들어옵니다. 그러면 스코프에 큰 도움이 되죠.”

Rinzi 씨는 후지논 XF33mmF1.4 R LM WR, XF50mmF2 R WR과 XF56mmF1.2 R WR을 사용했는데, 렌즈 선택에도 의도적으로 취향을 반영했습니다. Rinzi 씨의 스타일은 넓고 광활한 캔버스를 택하기보다 프레임 속에서 세심하게 선택한 면면을 단편적으로 담은 이미지로, 선명하고 멋진 필치로 사건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듯한 편입니다.

Photo 2022 © Rinzi Ruiz| FUJIFILM X-T5 and XF33mmF1.4 R LM WR, 1/400 sec at F5.6, ISO 125

“거리 사진을 찍기 정말 좋은 렌즈입니다. 압축률이 특히 마음에 쏙 들어요. 포커스 길이가 길어서 장면 중에서 제가 구성에 쓰고자 하는 특정 부분을 고를 수 있습니다. 4020만 화소라 그러한 찰나에 엄청난 디테일과 깊이를 부여하고요.”

하이라이트에 노출을 맞춘 이런 사진은 상당 부분 옥상이나 높은 곳에서 찍어 좀 더 광범위한 빛의 덩어리를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할리우드 불러바드의 상징인 별 모양 명패를 부드러운 회색으로 담아낸 이미지입니다. 공교롭게도 이 프로젝트의 겉모양을 형성해준 관례를 자각하는 경의 표시인 셈입니다.

Photo 2022 © Rinzi Ruiz| FUJIFILM X-T5 and XF56mmF1.2 R WR, 1/640 sec at F16, ISO 160

“앵글을 높게 잡으면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됩니다. LA에서는 이 시각에서 본 이미지를 접할 일이 드물어요. 저는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고 관찰할 곳을 찾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사람들 몇몇을 통해 저 자신의 모습을 본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저 자신의 에너지가 투영된 거죠.”

피사체는 사진가의 시선을 몰랐는지 모르지만, 공통성과 성찰이란 Rinzi 씨 특유의 인간적인 인물사진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낯선 이들과 결속한다는 것이 과거에는 특이한 일로 여겨졌을지 몰라도, 온 세상을 하나로 묶어버린 이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기이한 시국 덕분에 중요한 메시지가 명백하게 드러났습니다. 그중 특히 한 가지가 이 사진가의 마음속에 무겁게 자리 잡았습니다.

“도움을 청하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일 때문에 지쳐서 나가떨어지기 전에요. 같은 맥락에서, 저만의 사고방식을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으려 합니다.

저는 제 자신의 경험에 의존해, 자연스럽게 렌즈가 향할 곳을 결정하게 놓아두려 해요. 궁극적으로 그런 기분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Photo 2022 © Rinzi Ruiz| FUJIFILM X-T5 and XF50mmF2 R WR, 1/8000 sec at F2, ISO 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