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05 Kwangmo

카메라, 렌즈 그리고 당신의 손

Kwangmo

손을 관찰하고 있다 보면 그 사람의 삶의 흔적들이 보인다.
어떤 직종의 일을 하고 있고 어떤 용도로 주로 손을 사용하는지.

그런 손에 쥐어진 카메라와 렌즈 또한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 준다.
어떤 류의 사진을 찍는지 – 자조적인 성격의 말로 전 아무거나 다 찍죠 라는 문장은 싫어한다.
어떤 피사체를 주로 바라보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도.

X-T20을 만났다. 오밀조밀하다. 작고 치밀해 보이는 손을 바라보고 있을 때 손재주가 뛰어나 보이는 인상을 주듯이 말이다. 이 카메라는 X-T2의 동생격이라는 의미보다도 다른 태생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다른 리그의 이야기, 그저 좋은 카메라의 좋은 부분을 작게 만든 이야기가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를 찍을 수 있는 그런 카메라. 이제 이 치밀한 카메라에 맞는 렌즈를 찾아야 한다.

나는 항상 작업을 할 때 하나의 단렌즈와 하나의 카메라 바디로 작업을 한다. 그 작업 성향에 맞는, -조금 더 부가설명을 하자면 내가 촬영 할 피사체와 배경의 조형적 씬들을 고려해서- 카메라와 렌즈를 선택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하나의 렌즈로 촬영을 할 때 가장 고려해야 되는 부분은 의도적인 아웃포커스를 절제하고 색과 조형적 요소를 압축하는 효과를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손에 쥐어진 카메라와 렌즈의 밸런스. 렌즈가 너무 커서 그 카메라의 도구적 힘을 죽여서도 안된다.

거기에 가장 잘 맞는 렌즈로 나는 XF50mmF2렌즈를 선택했다. F5.6에서의 화질은 X-T20이 보여주는 ‘압축의 미’를 여실히 보여준다. 내가 이야기 하려고 하는 그리고 내가 놓칠 뻔 했던 – 사진의 가장 아름다운 미학 중 하나 – 이야기를 잡아낸다. 준망원렌즈이지만 광각렌즈의 느낌 또한 가져오는 렌즈.

사진으로 작업하는 이에겐 카메라와 렌즈는 절대적이다. 어떤 카메라를 쥐고 있느냐에 따라 어떤 성격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해석하는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X-T20과 XF50mmF2. 이 둘의 이야기는 내게 어떤 이선과 이야기를 줄 지 또, 당신은 내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지 기다리고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