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18

Be Creative: Joan Vendrell x Personal Best

집안에 꼼짝없이 갇혀 지내는 이 시기, 저는 사진이라는 주제로 사색에 잠겼습니다. 저는 제가 찍어 인화한 사진을 처음 봤을 때의 거의 마법 같았던 그 감각을 지금까지 기억해 왔고, 사진이라는 “핑계”로 겪었던 수많은 모험과 만나본 사람들도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확실히 사진은 제게 항상 열의를 품은 대상으로 느껴졌고, 제 내면에 살아 숨 쉬는 존재이자 저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배운 것이 많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느끼고 그 기분이 마음에 듭니다.

사진은 목표가 없는 여정이라는 것을 저도 잘 압니다. 제가 인생을 살면서, 경험을 쌓으면서 사진도 함께 변화하고 진화하는 과정이죠. 사진이라는 면에서 저는 한 번도 포만감을 느낀 적이 없습니다. 사실 그 반대죠. 저는 항상 더 많이 알고 싶고, 경험하고 배우고 싶습니다.

프리랜서 사진가로서 10년 이상의 경력이 쌓인 지금,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보니 지금 이 자리에 서기 위해 밟아온 작은 단계들이 이어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프리랜서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마치 항상 물살을 거슬러 헤엄치는 것 같고, 잠시라도 움직임을 멈추면 물살에 휩쓸려 퇴보하고 말 것 같은 기분이죠. 중요한 건 리듬입니다. 작지만 꾸준하게 발전해야 하고, 때로는 너무 작고 사소해서 발전으로 인식되지도 않지만, 시간이 지난 뒤에 보면 멈출 수 없는 진화의 과정을 나타내게 됩니다.

저는 이렇게 진화한 덕분에 카메라의 작동 원리를 익히고, 빛과 순간, 구성의 중요성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진화 과정이 그저 기술적인 발전이 아니라 예술적이고도 개인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책을 읽고, 음악을 듣거나 새로운 경험을 함으로써 더 나은 사진가로 성장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미지가 쌓이고, 그중에는 우리 뇌 속에 숨겨져 있던 어떤 기억을 되살려내는 계기로 바뀌는 것도 있습니다. 항상 의식하고 있지는 않아도 늘 우리 곁에 머무르는 기억들 말입니다. 오래된 사진을 보고 그런 기억들이 되살아날 때면 그때의 감각과 경험을 다시 겪게 됩니다. 이런 사진은 인생과 직결되어 있고, 우리 자신을 좀 더 잘 이해하게 해주는 매개체입니다.

저는 최근 몇 년간 세계를 돌며 무척 많은 사진을 찍었습니다. 산의 경치, 오로라, 대도시, 사막, 인물… 셀 수도 없지만, 제게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범주가 하나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입니다.

가족사진이라는 이 범주는 간절한 바람과 그리움을 전달해줍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 저는 다른 사진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연구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때로는 저를 꿈꾸게 만들고 미래의 계획을 그려보게 해주는 이미지를 마주치기도 합니다.

사진은 표현이자 하늘에 대한 외침이고, 영원한 순간, 변명, 가능성, 그리고 호기심을 채워주고 지식을 전해줄 세상을 보는 방식이기도 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