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H2에 대한 인상
저는 Rémi FLAMENT라고 합니다. 프랑스 마시프 상트랄에 살고 있습니다. 저는 제한된 환경을 주로 다루는 사진가로, 특히 산업 현장이나 자연경관 등 지하 이미지가 주 전공입니다. 이 작업은 지하에서 일어나는 작용을 보여주는 것이 의도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지구의 자연과 숨겨진 경관을 예술적으로 드러내어 지리적, 고고학적, 고생물학적 보물을 디지털 방식으로 안전하게 보존하고자 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은 후지필름과 함께 신제품 후지필름 X-H2 카메라를 테스트할 겸 땅속 깊은 곳으로 여러분을 모시겠습니다.
주로 제가 사진도 찍고 동굴 탐사도 하는 석회석 산지를 중심으로 소개할 예정입니다. 이곳은 토양의 특성상 동굴과 협곡이 많은데, 대부분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입니다. 사진을 촬영하고 이전까지 한 번도 사진으로 담긴 적이 없는 피사체를 발견하는 작업은 무척 짜릿한 일입니다.
저는 사진가로서 작업할 때 헬멧, 헤드램프, 웨트슈트, 배터리 구동식 펀치, 밧줄, 카라비너를 도구 키트에 상비하고 다닙니다. 사진 장비는 완충재를 채운 방수 용기에 조심해서 잘 챙겨서, 이런 곳에 늘 존재하는 습기나 반복적인 충격으로 인해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합니다. 드디어 새로운 모험을 시작해 귀한 장면을 건질 때가 되었습니다.
지하에서 사진을 촬영한다는 것은 항상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폐쇄된 환경이고, 빛이 들지 않고 접근하기도 쉽지 않은 데다 외부와 차단되어 바로 도움을 받기도 힘듭니다. 한 팀으로서 일해야 작업에 진전이 있습니다. 지하인 데다 빛이 들어오지 않으니 이미지라는 게 있을 수가 없습니다. 프레임에 맞는 조명을 실감하고 설계하려면 직관을 따라야 하는데, 이런 직관이란 다년간에 걸친 경험의 산물인 법입니다. 아주 복합적인 환경이나 넓은 공간에서, 아니면 세로로 놓인 구조물이 많은 경우, 조수의 도움을 받습니다. 플래시 지점을 조정하고 방향을 맞추기 위한 지시 사항은 무전으로 전달합니다. 지하는 소음이 심할 때가 많고 음향 시스템을 이용하기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추위와 싸우면서 일하는 팀원들의 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 때만 실제로 사진 촬영을 확정합니다. 주제와 인적 자원, 가용 시간을 자주 확인하면서 판단해야 합니다. 지하에서는 시간을 알 수 있는 표지가 따로 없어 시간 때문에 놀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촬영을 너무 지연했다가는 구조를 요청하고 프랑스 동굴 탐험 구조대에서 일하는 동지들이 와줄 때까지 기다려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후지필름 X-H2의 우수성과 내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두 가지 부문을 선택했습니다. 하나는 로제르, 다른 하나는 로입니다. 이 두 가지로 지하 세계에서 볼 수 있는 온갖 경치를 다 선보일 수 있습니다. 신록이 우거진 입구, 수직 통로, 지하 한천, 커다란 구덩이 등 없는 것이 없습니다. 저는 이 신형 카메라를 소개하기 위해 말라발 지하 한천에서 후지필름 팀과 만났습니다. 말라발은 아름다운 지하 협곡으로, 사방이 온통 물투성이입니다.
방수 케이스를 엽니다. 오늘의 팀원들 눈앞에 후지필름 X-H2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후지필름 GFX 50S나 100S 모델과 비슷한, 절제되고 기능적인 구조입니다. 핸들이 아주 뚜렷한 디자인이라 처음 잡아보는 순간 그립감이 아주 좋습니다. 장치 맨 위에 있는 두 개의 버튼 디자인이 눈에 띕니다. 하나는 셔터 스피드 전용이고, 다른 하나는 ISO 조절용입니다. 뒷면 패널은 X-T4 모델의 연장선상으로, 컨트롤키 디자인도 그대로고 볼 조인트로 연결한 스크린도 마찬가지입니다. 덕분에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스크린이 안전하게 보호됩니다. 메뉴도 여전히 읽기 좋고 접근성도 뛰어납니다. 고성능 옵션 사양이 추가되었는데도 무게는 무거워지지 않았습니다.
지하에서 작업할 때 절대 빼놓지 않는 저의 필수 렌즈 XF8-16mmF2.8 R LM WR를 바디에 장착했습니다. 이 렌즈는 아주 유능한 울트라 와이드 앵글 렌즈로, 좁은 공간의 한계를 끝까지 밀어붙이며 지하 이미지에 새로운 차원을 더해줍니다. 동굴 사진가에게 광학 보강 장비는 고마운 존재이자 장비 컬렉션을 완성해주는 존재입니다. 액션 장면에는 소형 망원 렌즈인 XF16-55mmF2.8 R LM WR를 쓰면 가장 좋고, 광물 같은 디테일을 담을 때는 매크로 렌즈인 XF80mmF2.8 R LM OIS WR Macro를 씁니다.
NP-W235 배터리는 박스 사이마다 끼우는 표준 사양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배터리 충전 불량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죠. 후지필름에서 이런 방식으로 생각해준다는 것이 참 달갑습니다. 배터리 완충, 전원을 켭니다. 이제 X-H2가 작업 환경을 둘러볼 차례입니다. 별을 모르는 강이 흐르는 어두운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첫 사진부터 AF의 성능에 감탄했습니다. 대비도 없고 직사광선도 없는 표면에서조차 AF가 전혀 힘들이지 않고 작동했습니다. 목표를 고정하여 조준하는 성능도 인상적입니다. 이 기능은 제가 얼마 전에야 처음 사용해본 것인데, 지하의 촬영 환경에서 효율적입니다. 팀원인 모델이 착용한 헤드램프를 AF가 완벽하게 따라잡았습니다. 사람의 눈에 보이는 조명이라고는 이 헤드램프뿐이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효과가 확실합니다. 오늘은 이 차세대 오토 포커스 덕분에 조명의 구성과 조절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하이브리드 기술도 지하에서 쓰기 좋았고, 일명 ‘반사 조준경’이라는 것은 금세 불필요해졌습니다. 후지필름 X-H2도 이전 세대 모델처럼 낮은 조도를 증폭해줍니다. 뷰파인더에 이미지가 선명하게, 화질 저하 없이 렌더링 됩니다. 선, 덩어리, 희미해지는 요소를 모두 선명히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시야가 좋으면 사진가로서 제가 제 눈에 보이는 장면을 이미지로 옮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인공조명을 더하면 어떻게 바뀔지 상상해서 그 이미지를 기록하는 것입니다.
센서의 손 떨림 보정 기능도 뛰어납니다. 제 경우 GFX100을 샀을 때 이 기술적인 도약을 처음 접했습니다. X-H2의 경우 손 떨림 보정 기능이 한 단계 더 발전해서, 앞으로는 백팩에 넣고 다니는 촬영 전용 케이스에서 삼각대를 영영 빼놓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전자식 플래시를 사용해 모션 블러 걱정 없이 조명을 계속 비추면서 혼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행동의 자유를 얻은 덕분에, 전에는 고정할 수밖에 없던 장면에 효과를 더하고 움직임을 넣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하에서는 센서 감도가 무척 중요합니다. 후지필름은 감도 조절이 탁월하기로 이름 높은 브랜드입니다. 제 시스템에서는 감도를 ISO 800, 조리개는 F7.1 안팎으로 설정해서 작업합니다. 이렇게 고정된 값이 기준이고, 이를 통해 플래시의 강도, 줌, 방향 등을 정하는 것입니다. 5년 전에는 ISO 800이 절대 넘어서는 안 될 한도였습니다. 이 한도를 넘으면 이미지 화질이 저하되거든요(매우 주관적인 의견임). X-H2의 경우, 감도를 두 배로 높여도 화질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조명 장비가 없는 불편함이 상쇄되고, 전에는 불가능했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카메라를 처음 받았을 때 품었던 의문은 이만한 고해상도(4,020만 화소)로도 APS-C 센서가 과연 가능한가, 라는 것이었습니다. 카메라에서 RAF/JPG 변환을 마친 뒤 큰 화면으로 확인해 보니, 해상도가 높아진 것이 얼마나 큰 장점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기존 세대와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도 부인할 수 없었는데, 저는 원래 기존 세대도 무척 발전된 제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해상도를 높인 것은 대형 인쇄를 선호하는 열성적인 사진가를 겨냥한 것으로, 특히 현장에서 사진을 여러 장 촬영해 디지털로 이어 붙이는 기법을 이용하지 못한다면 유용할 것입니다. 프로 사진가로서 이것은 확실한 품질 보증입니다. 4,020만 화소의 해상도 덕분에 고객이 원하는 매체로 리프레이밍하고 자유롭게 변용하면서도 화질이 떨어질 걱정이 없습니다.
이 센서 때문에 놀랄 일이 아직 더 남은 것 같습니다.
모험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