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F8mmF3.5 x Rafa Perez

2023.06.30

제가 전문적으로 여행 사진을 찍은 지 어느새 25년이 됐습니다. 저는 늘 우수한 화질을 포기하지 않고 촬영 장비를 최대한 다목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모색하는 편입니다. 지난 십 년간, 이 요건에 대한 답을 후지필름 X 시리즈 카메라와 렌즈에서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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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JIFILM X-T5 & XF8mmF3.5 R WR

새 프로젝트를 맡을 때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로 어느 렌즈를 가져갈지 선택하는 과정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가져갈 렌즈의 종류는 떠날 여행의 유형에 따라 달라집니다. 보통은 두 가지 구성 중 하나를 택합니다. 하나는 후지논 줌 렌즈로, 이 경우 XF10-24mmF4 R OIS WR, XF16-55mmF2.8 R LM WR과 XF50-140mmF2.8 R LM OIS WR을 애용합니다. 다른 하나는 많이 걸어야 하고 오랫동안 장비를 많이 들고 다녀야 하는 상황이 예상될 때, 이럴 때는 고정 렌즈 시리즈를 선택합니다. XF16mm, XF23mm, XF35mm, F1.4 전 기종, 그리고 XF56mmF1.2 R WR로 구성되죠. 줌 렌즈 옵션의 경우, 익스트림 와이드 앵글부터 중거리 망원 렌즈 사진까지 찍어보았지만 고정 렌즈의 경우 울트라 와이드 앵글에 해당하는 포커스 길이가 빠져서 아쉬웠습니다. 바로 그 부분을 이번에 새로 나온 후지논 XF8mmF3.5 R WR 렌즈(환산값 12mm와 동급)가 완벽하게 채워 주었습니다. 렌즈 크기가 작아서 무게를 대폭 줄일 수도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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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JIFILM X-T5 & XF8mmF3.5 R WR

그간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XF8mmF3.5 R WR를 테스트해 보았습니다. 주로 로마에서 르포르타주를 진행하기도 하고, 테라 알타의 까탈루냐 지방이나 마타라냐 아라곤 지방을 다니면서 풍경 사진 이미지를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로마 프로젝트의 경우, 시내의 여러 건축물과 실내 공간이 주요 피사체였습니다. 이탈리아 수도인 이곳은 전에 몇 차례 방문해 바티칸, 산타마리아 마조레 성당, 산 조반니 라테라노 성당, 보르게세 미술관 등 넓은 공간의 웅장한 장엄미, 폭과 깊이를 담아낸 적이 있습니다. 렌즈가 가볍고 X-T4와 X-T5에 손 떨림 방지 기능이 내장된 덕분에, 아주 느린 속도로도 핸드헬드 촬영을 감행하면서 ISO를 너무 밀어붙이지도 않고, 블러가 생길까 걱정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이런 점은 대개 빛이 충분히 비치지 않고, 삼각대 사용이 허락되지 않는 실내 공간에서 무척 유리했습니다. 후지논 XF8mmF3.5 R WR은 사람의 맨눈보다 시야가 훨씬 넓어서 무척 눈에 띄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 렌즈 덕분에 약간 극단적인 소실점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평소보다 한층 독창적인 시도에도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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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JIFILM X-T5 & XF8mmF3.5 R WR

그 결과 렌즈의 높은 해상도에 정말 감탄하게 되었는데요. 이미지 끝단에서나, 조리개를 비교적 꼭 조인 상태에서나, 드문 일이지만 ISO를 약간 높여야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후자의 경우, 울트라 와이드 앵글 렌즈를 쓰면 어느 정도는 화질이 손실되는 편이거든요. 후지필름 X-T5 카메라를 후지논 XF8mmF3.5 R WR 렌즈와 함께 사용하면 출력되는 4020만 화소 파일을 사용하면 필요에 따라 초대형으로 확대할 수도 있고, 이미지를 조금 크롭하거나 파노라마 형식으로 리프레이밍할지 고민할 여지도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파일 해상도는 매우 뛰어납니다.  렌즈 직경이 62mm라서, 자외선 필터나 ND 필터, 편광판처럼 보편적인 필터를 무리 없이 장착할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XF8mmF3.5 R WR에 필터를 추가해도 비네팅이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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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JIFILM X-T5 & XF8mmF3.5 R WR

저는 장비에서 속도보다 포커스 정확도를 중시하는 편입니다. 제가 선호하는 촬영 유형에서는 속도보다 안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XF8mmF3.5 R WR은 모든 면에서 빠르면서 정확했습니다. 작가가 어느 포커스 포인트를 선택하든 관계없이 카메라 포커스 시스템에 부담이 많이 되는, 대비가 심한 상황이었는데도 말입니다. 포커스 포인트를 움직이되 구성은 변경하지 않기 위해 카메라에 달린 조이스틱을 활용하는 방식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경우 최대한 안정성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X-T4와 X-T5 둘 다 후지논 XF8mmF3.5 R WR 렌즈를 장착해 촬영했는데, 단 한 번도 포커스를 맞추는 데 실패한 적이 없었습니다. 더구나 조리개를 너무 닫았더라도 선명도가 떨어질까 봐 걱정할 필요조차 없었습니다. 조리개를 그렇게 설정해도 선명도는 여전히 훌륭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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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JIFILM X-T5 & XF8mmF3.5 R WR

야외로 촬영을 나갈 때면 주어진 시간이 무척 짧을 때가 많고, 악천후에서 작업해야 할 때도 종종 있지만 그렇다고 그런 핑계로 결과물을 안 내놓을 수는 없는 법입니다. 렌즈가 밀폐되고 외부 조건에 내성이 강하다는 사실을 확신하면 안심이 되죠. 습도가 높거나 먼지가 많은 환경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간단히 말해, 새 렌즈를 써본 결과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제 장비를 구성하는 고정 렌즈 시리즈에서 중대한 빈틈을 잘 메워주었고, 건축물과 풍경 사진을 찍을 때 전보다 훨씬 폭넓은 기회가 열려 창의력을 펼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게 넓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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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JIFILM X-T5 & XF8mmF3.5 R W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