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T5 x Nordica Photography

2022.11.24

제가 처음 마음을 빼앗겨 웨딩 사진에 사용한 후지필름 미러리스 바디는 X-T1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인체공학적 디자인에 완전히 반했어요. 웨딩 사진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카메라 바디라고 생각했습니다. 14시간 걸리는 결혼식에서 복잡한 생각 없이 다룰 수 있는 바디니까요. 그 이후 X-T 시스템이 제가 애용하는 바디로 자리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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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T5 & XF23mmF1.4 R LM WR

시초부터 X-T5에 이르는 의미 있는 성장사를 직접 겪어온 셈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은 대부분 X-T 카메라로 촬영한 것입니다. 돌로미테에서 X-T5를 처음 써본 뒤로, 앞으로 제일 좋아하는 카메라는 이 모델이 될 거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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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T5 & XF56mmF1.2 R WR

돌로미테 프로젝트는 우리 팀원들이 지금까지 접해본 적 없던 이 바디를 처음 써본다는 난제에 직면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촬영 당일 아침에 카메라를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너무 신형이라 Capture One이 RAW 파일을 인식하지 못할 것 같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까지 ‘알 수 없는’ 영역이라면 제가 직접 카메라를 통해 완벽한 결과를 얻어야 했습니다. 카메라에서 바로 내보낸 JPEG 파일만 이용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그래서 카메라를 제가 풍경 중심으로 로케이션 촬영을 할 때 애용하는 클래식 크롬으로 설정하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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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T5 & XF23mmF1.4 R LM WR

촬영 조건은 실로 초현실적이었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휘황한 보름달이 떠서 하이킹 트랙을 비춰주었습니다. 이럴 때가 ISO를 높게 설정하고 X-T5의 저조도 포커스 기능의 진면목을 알아볼 절호의 기회입니다. 웨딩 사진가가 카메라 시스템을 평가할 때는 크게 두 가지 핵심적인 구성요소를 중심으로 생각합니다. 빛이 거의 없이 어두운 피로연장에서 플래시를 절대 쓸 수 없을 때, 이 바디가 과연 얼마나 성능을 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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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T5 & XF56mmF1.2 R WR

달빛에 의지해 촬영해본 첫인상은 훌륭했습니다. X-T5는 포커스를 찾아 헤매지 않고 재빨리 반응했습니다. 시작하자마자 자신감을 얻고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달빛 테스트는 그날 나중에 진행할 촬영에 대비한 완벽한 출발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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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T5 & XF23mmF1.4 R LM WR

트레치메에서 하이킹을 계속하면서, X-T5를 다음 테스트인 역광 촬영에 써볼 생각에 기대감이 부풀었습니다. 인물사진을 촬영할 때는 해가 뜰 때 처음 잠깐 만나는 귀중한 빛이 가장 좋습니다. 단, 바디에 따라서 중대한 난관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햇빛을 역광으로 포커스를 잡는 게 쉽지만은 않기 때문입니다. 역광 인물사진을 시도했다가 오히려 역효과가 나서 사진을 망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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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T5 & XF23mmF1.4 R LM WR

그런데도 X-T5는 이번에도 완벽한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오토포커스가 정말 빨랐고, 이전 세대 X-T 바디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또한, 햇빛 때문에 이미지가 얼마나 날아갈지 궁금했습니다. 카메라에 내장된 히스토그램을 보니 하이라이트가 거의 다 제대로 살았는데, 이런 빛에서는 좀처럼 흔치 않은 일입니다. 더구나 X 바디로는 더 드문 일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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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T5 & XF23mmF1.4 R LM WR

달빛과 역광 테스트 결과 X-T5는 좋은 성적을 냈습니다. 시작이 좋았습니다. 왠지 이날은 특별한 날이 될 것 같다는 고양감이 차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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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T5 & XF56mmF1.2 R WR

저는 촬영할 때 스크린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스크린을 잘 안 쓰니까 X-Pro3를 쓰는 것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X-T5부터는 그 점이 달라졌습니다. 돌로미테에서는 저도 모르게 다양한 상황에서 3방향 틸트 스크린을 자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AF용도에 좋더군요. 예를 들어 Moa 씨를 멀리 떨어진 산봉우리 두 개 사이에 서게 해서 프레이밍했을 때 일입니다. 수평선이 피사체를 자르지 않고, 봉우리 두 개가 가운데 있는 피사체로 시선을 모으는 역할을 하게 구성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하려면 카메라를 아주 높이 드는 방법밖에 없었는데, 이때 스크린을 돌려서 보조 역할로 삼았습니다. 사진을 찍고 나서 직관적인 터치스크린으로 간단히 결과를 확인하고 보니, 도구를 하나 더 얻은 것 같아 새삼 든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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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T5 & XF56mmF1.2 R WR

이렇게 하루가 순탄하게 시작되다 보니, 나중에야 한동안 카메라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카메라 리뷰에서 하기는 좀 이상한 말일 수도 있지만, 칭찬입니다. 카메라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은 곧 만사가 순조로웠다는 뜻이니까요. X-T5 덕분에 생각을 지나치게 깊이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배터리 수명까지 말입니다. 저는 온종일 배터리 하나만 가지고 작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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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T5 & XF56mmF1.2 R WR

돌로미테에서의 모험이 끝나가면서, 지아우고갯길에서 이상적인 촬영 조건을 만났습니다. 흠잡을 데 없는 포커싱, 자연스러운 핸들링에 더 좋아진 터치스크린까지, X-T5는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시켜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해 질 녘에 피사체 커플을 촬영하던 중 JPEG 딜레마가 다시 머릿속 뒤편 어딘가에서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 과연 Capture One이 파일을 인식할까? 카메라 뒷면에서 파일을 흘끗 보았더니, 제가 바라던 것만큼 최대한 완벽에 가까워 보이는 이미지였습니다. SOOC JPEC로 이 카메라의 최대 장점을 드러낼 수 있었을까요? 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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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T5 & XF56mmF1.2 R WR

촬영 후 파일은 무리 없이 Capture One에 인식되었고, 상상한 것보다 훨씬 나았습니다.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파일이었습니다. 보통 GFX 바디에 기대할 만한 중형 파일에 가장 가까우면서도, X 시스템 특유의 분위기가 살아있는 이미지였습니다. 흠잡을 데 없는 핸들링부터 완벽한 파일까지, X-T5는 가장 중요한 업적을 훌륭하게 이뤄냈습니다. 사진을 가장 중시하는 것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