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사진가로서, 매 순간 제 눈앞에 나타나는 다양한 피사체를 맞닥뜨리기란 늘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내보이는 감정을 가장 좋은 순간에 멈춰놓기란 참 흥미로운 일이기도 합니다. 저는 늘 저 자신이 분위기에 잠길 수 있도록 여유 시간을 갖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야 그 장소의 분위기는 물론 주된 피사체의 분위기도 파악할 수 있거든요. 이 일에는 장비 크기가 무척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대형 렌즈를 장착한 덩치 큰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 피사체의 주의를 끌게 마련이고, 그 결과 피사체가 카메라를 의식하면서 저를 피하려고 하거나 뻣뻣하게 굳어버려요. 그러면 결국 거리 사진, 자연스러운 순간을 포착하는 작업 자체의 목적을 잃게 되죠. 거리 사진에는 연습이 꼭 필요합니다. 반사 작용에 가까운 작업 방식을 익히는 데 연습만 한 게 없거든요. 이 경우 소형 렌즈를 장착한 경량 카메라 바디가 확실히 큰 도움이 됩니다.
저는 거리 사진을 찍을 때 주로 단초점렌즈를 씁니다. 개인적으로, 새로 나온 27mmF2.8 R WR 렌즈는 처음 잡아본 순간부터 느낌이 좋았어요. 아주 작은 콤팩트 렌즈거든요. 이 렌즈를 야외 현장, 특히 거리 작업에 쓰면서 아주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X 시리즈 카메라에 이 새 렌즈를 장착하고 촬영해본 결과, 카메라 바디와 렌즈라는 두 부분이 서로 훌륭하게 보완해준다는 점을 체감했습니다.
이 렌즈는 카메라 바디와 완벽하게 균형을 이룹니다. 개인적인 소견으로 저 같은 사진가에게는 적절한 균형을 잡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수 불가결한 요소거든요. 사실 가장 중요한 건 뷰파인더 뒤에 있는 ‘사람’인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공력 특성, 레이싱카에 비유하자면 차체, 타이어와 엔진 같은 것이 없으면 레이서가 아무리 노련한 실력자라도 일 초의 찰나가 아쉬운 레이스에서 매번 우승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저는 이 새 렌즈를 제가 갖고 있던 다른 X 시리즈 카메라에도 장착해봤는데, 매번 훌륭한 조합이라는 걸 입증했습니다. 후지필름 카메라와 렌즈가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이번에 제대로 깨달았어요. 크기, 매번 최고 수준의 이미지를 도출하는 품질에 항상 약속한 대로 지킨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더군요. 빠른 오토포커스는 화룡점정이었습니다. 빨리 움직이는 피사체를 찍을 때 이 기능을 온전히 신뢰하고 찍을 수 있을 정도로, 괜찮은 프레임을 하나도 놓친 적이 없어요.
저는 주로 제가 지내는 콜카타에서 사진을 찍는데요. 콜카타는 “기쁨과 창의적인 에너지의 도시”라고 불려온 곳입니다. 일단 이곳에 와서 볼거리가 얼마나 많은지 직접 보면 단번에 이해가 가는 별명이에요. 색과 빛, 움직임, 개성과 역사가 바삐 살아 움직이는 곳이라 이 새 렌즈로 이런 여러 가지 난제와 마주하게 되다니 아주 좋은 선택지를 얻은 것 같았습니다. 저는 늘 눈에 띄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제아무리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자연스러운 순간을 포착해야 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이렇게 아주 작은 렌즈는 조용히 일을 해내는 데 늘 도움이 되죠.
이 렌즈는 조리개가 F2.8인데, 저 같은 거리 사진가에게는 꽤 큰 편입니다. 제가 사는 이 도시에서 조도가 낮을 때 풍경을 몇 번 담아 봤는데, 매번 디테일을 아름답게 살려내고 색상도 놀랄 만큼 현실적으로 재현된 정말 선명한 이미지가 나왔습니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아침이든, 거칠고 강렬한 빛이 비치는 낮이든 조도가 낮은 상황에서든, 이 렌즈는 제 기대에 못 미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 렌즈를 써본 뒤로, 이 렌즈와 함께라면 어떤 조도에서도 자신 있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더 붙었습니다. 초점 거리 27mm는 아주 표준적인 초점 거리예요. 사실상 거의 모든 장르에 활용할 수 있는 다용도 렌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중에서도 거리, 여행, 풍경, 환경적 인물사진, 근접 인물사진, 다큐멘터리 등에 가장 적합합니다. 조리개 링이 함께 들어있던데 결과적으로 아주 편리했어요. 저는 조리개 값을 바꾸려고 다른 다이얼 메뉴를 이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조리개 링을 자동 조리개 모드로 설정하여 조리개 링을 잠가놓은 상태에서 여기 달린 작은 버튼을 한 번 누르기만 하면 곧바로 잠금이 풀리거든요. 제가 보기엔 이건 정말 대단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틀림없습니다. 저는 왼손을 렌즈 바로 밑에 둡니다. 그래서 다른 옵션을 굳이 볼 필요도 없이 아주 손쉽게 조리개 링을 돌릴 수 있었고, 프레임 속 내용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종류의 초소형 클래식 렌즈는 늘 사진가에게 일종의 에너지를 불어넣어 는 것 같아요. 어떤 상황에서든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하게 기운을 북돋아 주기도 하고요. 저는 이 제품이 아주 아티스트답고 좋은 렌즈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적인 용도로 활용할 목적으로 온종일이라도 들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
약력
Raj Sarkar는 거리 사진가 겸 강사입니다. 재무회계 전공 MBA 학위 소지자이며 컴퓨터 애플리케이션 전공으로 준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World Photographic Forum을 창립하였으며 APF 매거진인 Street Photography 큐레이터로 역임하고 있습니다. Raj는 거리에서 직접 다양한 가능성을 찾아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주로 사람들이 내보이는 감정과 행동을 영원히 냉동시키듯 포착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IIM, 이그제이비어 대학교, 유니언 채플 스쿨 등 다양한 대학과 교육 기관에서 강단에 서서 사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거리 사진을 테마로 무수히 많은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또한 다양한 전시회를 구상하기도 하고, 여러 경연대회의 심사위원으로 임명되기도 했습니다. Raj는 다양한 수상 경력이 있으며, 최근에는 International Puskar Mela Contest에 출전하여 “India in Color”로 Wiplay Photo 부문에서 수상했습니다. 또한 Garuda World Photo 대회 및 HIPA 최종 후보작으로 선정되기도 하였으며, 전 세계 각지에 작품을 전시한 경험도 있습니다. 다양한 촬영 도구와 카메라 사용 후기도 쓰는데, 그중 후지필름에서 의뢰한 X시리즈 카메라도 포함합니다. Raj가 쓴 글은 세계 각종 유명 잡지와 웹사이트에 게재되었습니다. Fuji love Magazine, Street Photography Magazine, USA, Viewfind, APF Magazine, Smart Photography, Better Photography, Asian Photography, Chiiz magazine, Saveus, 121 clicks, National Geographic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최근에는 런던 거리 사진 축제와 인도 사진 축제에서도 사진 작품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2019년에는 콜카타 국제 사진 축제의 운영 위원 역할을 맡았으며, 거리 사진 부문에서 포트폴리오 검토를 담당하였습니다. House of Lords에서 출판한 사진집에 작품 40점이 실려 있습니다.
웹사이트 : www.rajsarkar.com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steet_raj